세계일보

검색

‘생태 대신 동태를!’ 메모지 대화 노부부 이혼하라

입력 : 2010-11-18 19:32:21 수정 : 2010-11-18 19:32:21

인쇄 메일 url 공유 - +

40여년간 함께 생활하면서 성격 차이로 숱하게 부딪쳐 오다 결국 메모지를 통해 의사를 주고받을 정도로 갈등이 깊어진 황혼의 노부부가 법원 판결로 이혼하게 됐다.

서울고법 가사2부(조경란 부장판사)는 부인 A(76·여)씨가 남편 B(80)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와 재산분할 청구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2억9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가 봉건적이고 권위적인 방식으로 가정을 이끌다 2003년부터 이른바 ‘메모지 생활’이라는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A씨를 통제하고 간섭하며 폭력까지 휘둘러 혼인관계가 파탄됐다”고 밝혔다.

1969년 혼인한 부부는 결혼후 자주 성격차이로 다퉜다. A씨가 소비생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지닌 반면 B씨는 가부장적 성향에다가 매사에 꼼꼼하고 경제관념이 매우 투철했다. 이런 차이로 두 사람은 사소한 일을 놓고서도 부딪치기 일쑤였다.

급기야 2003년부터는 서로 메모지로 의사를 소통하는 지경이 됐다. 주로 B씨가 메모지로 무엇을 요구하면 A씨가 같은 방식으로 답하는 식이었다. B씨는 메모를 통해 모든 집안일을 일일이 간섭했다. A씨가 시장에서 살 품목과 가격, 요리방법까지 제시했다. ‘앞으로 생태는 동태로 하고 삼치는 꽁치로 구입할 것’, ‘두부는 비싸니 많이 넣어 찌개식으로 하지 말고 각종 찌개에 3~4점씩만 양념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식이었다.

‘가장이요 세대주의 밥그릇이 복지개 따로 밥그릇 따로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남편을 섬기지 못하고 피곤하게 하는 여자 이젠 싫다’ 등 내용이 담긴 메모지도 있었다.

2008년 8월에는 깻잎 반찬을 상에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B씨한테서 멱살을 잡혀 병원 신세까지 진 A씨는 결국 집을 뛰쳐나갔다가 열쇠수리공을 대동해 몰래 집에서 가져간 각종 서류로 이혼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다만 “40여년간 부부로 살아오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집을 나간 뒤 몰래 집에서 각종 서류를 가져가 이혼 소송을 제기한 아내에게도 동등한 책임이 있다”며 A씨의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민중 기자 inthepeopl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화사 ‘상큼 발랄 미소’
  • 화사 ‘상큼 발랄 미소’
  • (여자)아이들 소연 ‘매력적인 미모’
  • 하츠투하츠 유하 '신나는 무대'
  • 하츠투하츠 이안 '매력적인 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