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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회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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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12-02 21:55:19 수정 : 2010-12-02 21: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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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1000세까지 살 수 있다고 장담한 사람이 있다. 영국 노화학자 오브레이 드 그레이다. 2004년 BBC 회견에서 “동시대인 중에서도 1000세 수명을 누릴 사람이 60명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도 같은 관점이다. 노화가 필연이란 믿음은 근거가 박약한 통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낙관파는 과거에도 많았다. 프랑스 의사 샤를 에두아르 브라운 세카르가 대표적이다. 그는 1889년 강아지 고환 등을 으깬 ‘세카르 용액’을 자기 몸에 투여해 정력과 지력을 되찾았다고 파리 아카데미에 보고했다. 주사를 놓은 지 사흘째 정력이 소생됐다는 것이다. 당시 72세의 세카르가 내민 ‘회춘의 묘약’에 파리 아카데미는 경악했다. 그게 다였다. 과학적 재현이 불가능했던 탓이다.

소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오이게네 슈타이나흐는 정관을 묶는 수술로 청춘의 샘을 보존·자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출신 의사 세르게 아브라하모비치 보로노프는 원숭이 고환을 고령 남성들에게 이식하는 시술을 열심히 했다. 역시 노화 방지와 회춘을 위해서였다. 지난해에는 역사학자 카를로스 데 나폴리가 나치 독일 패전 후 아르헨티나로 넘어온 독일 의사가 남긴 자료에서 회춘약 개발에 성공한 기록을 발견했다고 공표했다.

‘회춘의학’ 얘기는 듣기만 해도 신난다. 성경의 노아는 950세까지 장수했고 므두셀라는 969세까지 살았다. 삼천갑자 동방삭은 거의 무한히 사는 인물이다. 현대인이라고 그런 장수와 회춘을 꿈꾸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하지만 문제가 없지 않다. 물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버드의대 연구진이 최근 노화가 진행된 생쥐들을 ‘텔로머라아제’ 효소를 활성화시켜 젊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생쥐들을 회춘시킨 것이다. 놀라운 소식이다. 드 그레이 주장과도 통한다. 다만 흥분은 금물이다. 실제 세계에 적용되리라고 믿기에는 의문점이 너무 많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과학계 검증을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칫국을 들이켜기보다는.

주류 과학계는 인간 수명에 한계가 있다고 믿는다. 차라리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의 ‘상상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촌철살인의 명문을 되새기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워 보인다. “인간은 사춘기 직전부터 늙기 시작하는 이상한 동물이다.”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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