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도 단호 軍결정에 힘 실어줘…국민적인 공감대 확산도 한 몫
북한의 위협과 중국·러시아의 외교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날씨외엔 변수가 없다’던 군당국이 20일 연평도에서의 해상사격훈련을 실행에 옮겼다.
군당국의 해상사격훈련 강행은 무엇보다 서해에서의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훈련을 외압으로 중단할 경우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주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NLL에 대한 우리의 실효적 지배를 무력화하고, 연평도 등 서해 5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전술을 쓰고 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만약 훈련을 하지 않았을 경우 북한이 의도하는 ‘NLL 무력화’를 기정사실화해 훗날 북측 함정들이 이 해역을 들락거리게 될 개연성도 적지 않았다. 군당국이 사격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하되, 북한의 도발에는 강력하고도 철저하게 응징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1953년 NLL 설정 이후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1973년 10∼11월 43회에 걸쳐 서해 NLL을 의도적으로 침범하는 등 이른바 ‘서해사태’를 일으킨 뒤 1999년 이후 1∼3차 연평해전을 거치며 지속적으로 NLL 무력화를 시도해왔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훈련을 강행한 것은 정치적 계산이 전혀 개입되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것까지 생각하며 훈련하지 않는다. 이 문제는 우리의 영토와 생명이 달린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과거 37년간 실시해온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아예 실시하지 않는다면 북측의 ‘영해’ 주장을 우회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달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해병대원과 민간인 4명이 숨진 데 이어 계속된 북한의 위협에 더 이상 우롱당하지 않겠다는 군의 의지를 드러내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군은 “다시 북한이 도발하면 가루를 만들어 버리겠다”는 등 초강경 분위기를 이어왔다.
청와대도 “언제까지 당하기만 할 것이냐”는 여론을 의식, 군의 결정에 힘을 싣는 분위기였다. 단호한 대응을 내세운 김관진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로서는 군 내부 사기를 고려해서라도 사격훈련을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듯하다. 더욱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된 점도 이번 사격훈련 강행에 힘을 보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이번 사격훈련은 유엔 안보리 소집과 중·러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여준 데 반해 즉각 보복을 천명했던 북한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성묵 전 국방부 군비통제차장은 “정부가 단호한 의지로 북한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보여 군의 사기와 국민적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반면 북한은 속을 태우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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