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관은 20일 오후 성남 창곡동 학생중앙군사학교에서 여성 학군사관후보생 60명과 가진 간담회를 통해 간부의 비리를 참지 못했던 군시절 자신의 모습을 회고했다.
이 장관은 군시절 5사단 공병대에서 2·4종계원(병참병)으로 근무했고 같은 부대에 걸핏하면 군수 물자를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는 최 소위라는 간부가 있었다고 한다.
어느날 최 소위는 이 장관에게 자신의 집으로 기름 두 통을 가져다 놓으라고 명령했고 최 소위의 부정을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이 장관은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것.
이 장관이 기름을 가져다 놓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최 소위는 한밤 중 내무실로 찾아와 "내 말을 무시하느냐"며 때리기 시작했고 더이상 참을 수 없었던 이 장관은 최 소위를 밖으로 불러냈다.
이 장관은 "당신이 소위야? 당신은 장교도 아니야. 안갖다 줬으면 그 이유를 물어볼 것이지 왜 때려?"라고 외쳤다. 그리고 흥분한 두사람은 서로 주먹다짐을 했다.
이 장관은 "초반에는 그 친구가 이겼지만 후반에는 내가 이겼다"며 "갑자기 학생 때 곤조(근성)가 생겨 신나게 싸웠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다음날 이 장관은 대대장실로 불려갔다. 대대장은 감히 장교를 구타했다는 이유로 이 장관을 사단 헌병대에 보내겠다고 했다.
순간 이 장관은 기지를 발휘해 "헌병대에 가는 것은 겁나지 않습니다. 단 제가 이제까지 공병대 간부들이 군수품을 빼돌린 것을 다 적어놨으니 공개하고 가겠습니다"라고 공언했다. 사실 이 장관이 간부들의 명단을 기록해 놓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장관의 엄포에 대대장은 "없던 일로 하자"며 두 손을 들었다. 하지만 일주일 후 최 소위는 다른 부대로 전출되고 이 장관도 부대 대공초소로 쫒겨가게 됐다.
이 장관은 후보생들에게 "군대라고 하는 것은 장교와 사병간의 정이 중요하다"며 "장교가 소리만 지르고 극기훈련을 시키듯 한다고 사병들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또 "사병을 자식처럼, 애인처럼, 친구처럼 대해 부하들이 군대생활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장교에게 맡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장교의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병이 미안해서라도 장교 마음에 안 들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훌륭한 장교가 되기를 바라고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대학시절 꿈이 ROTC 장교가 되는 것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장관은 ROTC 시험에 합격했지만 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제적돼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사병은 싸우다 전사할 수 있지만 장교는 지휘를 잘못하면 자기 소대 전부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며 "장교의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장교 교육을 더 치열하게 하고 여러분들이 혹독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를 극복하지 못하면 나중에 장교가 돼 사병들을 지휘할 때 어떻게 사병에게 강한 군인이 되라고 말할 수 있겠냐"며 "이런 생각을 하면 훈련을 받을 때 힘이 생길 것"이라고 격려했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 훈련을 받고 있는 여성 후보생들은 사병 출신 장관의 군시절 추억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고, 이 장관이 장교의 자세에 대해 강조할 때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입소해 3주 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여성 후보생 60명은 남성 후보생들과 동일한 교육·훈련 과정을 거친 뒤 2013년 3월 소위로 임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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