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4시58분(한국시간 9시58분) 아덴만 해역.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4500t급)에 포격 명령이 떨어졌다. 즉각 5인치 함포가 불을 뿜었다. ‘꽈∼꽝’하는 수발의 함포 소리가 새벽 여명을 뚫고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해적들의 잠을 깨웠다. 놀란 해적들은 상황을 파악하느라 우왕좌왕했다. 이때 이미 삼호주얼리호에는 2개 UDT 작전팀 22명이 피랍 선박에 승선해 각자의 위치를 잡고 해적 소탕에 나설 만반의 채비를 하고 있었다.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구출하기 위해 감행한 ‘아덴만 여명’ 작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작전명대로 해적들이 잠에 빠져 있는 취약시간대를 노린 것이다.
함포 사격과 함께 최영함에서 링스헬기가 날아올랐다. 그리곤 K-6 기관총 수백 발을 선교(상갑판의 선루나 갑판실 위로 한층 높게 위치한 구조물) 등으로 발사했다. 뒤이어 링스헬기에 탑승한 저격수가 저격용 소총으로 선교에 있던 해적 1명을 조준 사살하자 해적 5∼6명이 혼비백산하며 선실로 내달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선교에 있던 해적들을 토끼몰이를 하듯 모두 선실 내로 몰아넣은 것이다. 해적들의 관심을 온통 함포사격과 헬기로 집중시켜 UDT 작전팀의 승선을 눈치채지 못하게 만들었다.
◇선미 접근 21일 아라비아해에서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작전에 돌입한 청해부대 소속 UDT 작전팀이 고속단정(오른쪽 아래)을 이용해 선미에 접근한 뒤 선내에 진입하고 있다. 해군 제공 |
AK소총과 기관총, RPG-7(휴대용 로켓)으로 무장한 해적들은 저항했지만 대부분 사살되거나 투항했다. 남은 해적들도 무난히 제압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런데 작전이 끝나갈 무렵 해적 4명이 AK소총을 발사하며 격렬하게 저항, 한때 치열한 총격전이 빚어졌다. 작전이 종료되자 해적 13명 중 8명이 사살, 5명이 생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선원 구출 21일 아라비아해에서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 작전이 종료된 뒤 UDT 작전팀에 구출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이 외부갑판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해군 제공 |
해적 13명과 선원 21명이 뒤엉켜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군사작전은 대규모 인명피해를 불러올 수 있어 군은 6단계로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등 사전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이 작전으로 인한 우리 군의 피해는 없었다. 선원 20명은 안전하게 구출됐지만 조타실에 있던 선장 석해균(58)씨가 부상했다. 석씨는 해적의 위협을 받으며 배를 조종하다가 작전팀과 해적 간 총격전 도중 해적의 총격으로 복부에 관통상을 입었다.
이번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석씨의 도움이 컸다고 합참은 전했다. 해적들은 배를 납치한 뒤 서둘러 소말리아 연안으로 이동하려 했지만 선장이 기지를 발휘해 선박을 지그재그로 기동하면서 시간을 벌었다. 그는 또 국제상선공통망으로 작전에 필요한 상황을 계속 최영함에 전달했다. 군 관계자는 “선장은 해적의 명령에 따라 영어로 해운사 측과 통화를 하면서도 중간중간 우리말로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청해부대는 소말리아항에 있던 해적 모선이 합류하기 위해 출항한다는 첩보를 미군으로부터 제공받았으며, 해적들이 추가 합류하면 작전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날 작전을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박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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