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의료진이 한국 외교통상부 소속 양제현 서기관을 다급하게 찾았다.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총상을 입고 입원한 삼호주얼리호 선장 석해균(57)씨의 혈소판 수치가 감소해 조속히 수혈이 필요하다는 것.
혈소판은 장기 보관이 어려워 그때그때 조달해야 하는데 가급적이면 석 선장에게 한국인의 혈소판이 수혈됐으면 좋을 것 같다는 것이 의료진의 판단이었다.
◇병상에 누워있는 삼호주얼리호 선장 |
이날 오전까지 석 선장의 상태를 체크한 뒤 병원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정 중위는 한달음에 달려와 의료진으로부터 상황을 설명듣고는 곧바로 팔을 걷어붙였다.
혈소판 수혈은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정 중위가 직접 헌혈 공여자로 나선 것이다.
의료지원 임무차 한국에서 건너온 장병 2명도 주저하지 않고 정 중위와 함께 헌혈에 동참, 모두 3명이 각각 500cc를 석 선장에게 헌혈했다.
양 서기관도 헌혈에 참여하려 했지만 최근 헌혈한 경력이 있어 진료실에서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정 중위는 지난 21일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이 벌어진 인도양 해상에서 살랄라 술탄 카부스 병원까지 5시간가량 헬기로 이송되는 동안 석 선장 곁을 계속 지키며 응급조치를 취한 군의관이다.
생사의 기로에서 위급한 지경에 이를 수 있있던 선장을 구해낸 군의관이 자신의 피를 아낌없이 내줌으로써 환자의 상태를 다시 안정시킨 것이다.
의대 졸업 후 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마치고 입대한 정 중위는 "병원 근무 때 많은 환자를 봤지만, 총상 환자를 직접 치료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며 "하지만 함께 복무 중인 청해부대 전문의 군의관의 지시에 따라 침착하게 응급처치를 마치고 선장님을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정 중위의 성심을 다한 의료지원으로 석 선장도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석 선장은 전날 3∼4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고 계속된 안정제 투여로 여전히 수면 상태에 있지만, 손과 얼굴을 움직이는 등 점차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정 중위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기자의 취재 요구에도 말을 아낄 뿐이었다.
"군의관이라면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선장님이 빨리 쾌차하셔서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시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해적들의 위협 속에서도 끝까지 방향키를 놓지 않으며 구출작전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석 선장의 몸에는 늠름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해군 장병들의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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