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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의 쾌거' 치밀한 준비-기만작전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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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1-23 14:47:14 수정 : 2011-01-23 14:4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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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 구조작전의 시간대별 재구성..숨막히는 4시58분 21일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을 성공적으로 구출한 '아덴만 여명 작전'은 치밀한 준비와 기만작전의 승리였다.

청해부대는 지난 15일 삼호주얼리호 피랍 이후 치밀한 작전계획을 수립했고 수차례의 모의연습을 실시했다.

또 고속단정(RIB)을 이용한 진압작전에 앞서 최영함(4천500t급 구축함)이 삼호주얼리호로 근접 기동을 하면서 위협사격을 하고 링스헬기가 출동해 조준, 위협사격을 가해 해적들에게 혼란을 준 것도 작전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해적의 눈을 피해 고속단정 3척 출동

아덴만 여명 작전을 앞둔 현지시간 새벽 3시30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는 해적의 본거지인 소말리아 가라카드를 향해 8노트로 남하 중이었다.

그 시각 삼호주얼리호로부터 2.7노티컬마일(1노티컬마일=1.8㎞) 떨어진 지점에서 기동 중인 청해부대 최영함은 선원 구출 작전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었다.

청해부대장 조영주 대령은 4시43분에 부산 소재 해군작전사령부에 '청해부대 전투배치 완료'를 보고했다.

4시58분 청해부대에 탑재된 고속단정이 캄캄한 밤 바다에 내려지면서 아덴만 여명작전이 시작됐다. 파고 1m, 시정 7마일, 풍향.풍속 남동풍 7노트로 기상상태도 양호했다.

삼호주얼리호 상공을 기동하며 해적의 동태를 살피던 미 해군의 해상초계기(P-3C)로부터 5시12분 "좌현 선미 3명, 선교 4명, 중갑판 4명이 식별됐다"는 연락이 왔다.

당시 하늘엔 미군 P-3C, 삼호주얼리호 왼쪽 후방 2.7노티컬마일에는 대한민국 청해부대, 오른쪽 4.7노티컬마일 후방에는 오만 해군의 함정(394t급)이 기동 중이었다.

해적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최영함은 5시17분에 오른쪽으로 함수를 돌렸고 우현에 있던 1, 3번 고속단정도 하선했다. 드디어 고속단정 3척이 모두 해적의 눈을 피해 강하한 것이다.

고속단정들은 최영함 좌현 함미 45m로 이동했고 해적들이 최영함에 가려진 고속단정을 볼 수 없는 상태였다.

◇링스헬기.최영함 위협사격 중 고속단정 돌진

K-6 기관총으로 무장한 링스헬기가 5시23분 최영함에서 이륙한다. 저격수는 고속단정에 탄 공격팀이 삼호주얼리호에 오르기 전 외부로 나온 해적들을 저격하고 엄호사격을 가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링스헬기의 사격 전인 오전 5시29분 최영함은 VHF 상선검색망(CH-16번)으로 삼호주얼리호에 "삼호주얼리호 선원 여러분, 잠시후 우리 해군이 여러분의 구조를 위해 공격할 것입니다. 가능한 한 안전구역으로 대피하고, 외부로 나오지 마십시오"라는 내용의 방송을 2차례 실시했다.

해적들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한국어로 방송했다.

링스헬기는 5시40분 K-6 기관총으로 삼호주얼리호의 레이더와 통신안테나를 무력화하는 사격을 실시했다. 이어 갑판과 선교에 사격을 가했다.

링스헬기가 해적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그 순간 최영함은 상선 좌현 1.8km까지 접근해 위협사격을 가했다. 선교에 있던 해적 한 명이 쓰러졌다.

링스헬기와 최영함에 있던 저격수들이 선교를 향해 저격총과 K-2 소총, K-6 기관총으로 사격하는 동안 고속단정에 있던 특수전 공격팀이 삼호주얼리호를 향해 돌진했다.

◇15명의 공격팀 모두 승선..선교 장악

새벽 6시9분 15명으로 이루어진 2개 공격팀 중 2번팀이 먼저 삼호주얼리호 선미 갑판에 올랐다.

숨어있던 적이 공격한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링스헬기와 최영함에 있는 동료들의 엄호사격을 믿고 신속하게 승선해 위치를 확보했다.

6시15분 공격팀 2개조 15명 모두가 등반 시작 6분 만에 성공적으로 삼호쥬얼리호의 갑판에 안착했다.

최영함에 있던 청해부대원, 합동참모본부, 해군작전사령부, 해군본부, 진해 특수전여단, 그리고 포항의 6항공전단까지 지켜보던 모든 장병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공격팀 방탄헬멧에 달린 영상카메라(카이샷)로 모든 상황이 본국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공격팀은 외부 갑판에서 선교가 있는 구조물(데크 하우스)로 진입을 시작했다.

진입과정에서 갑자기 나타난 해적 1명이 사살됐고 6시30분 공격팀은 선교를 완전히 장악했다.

삼호 주얼리호 석해균(57) 선장이 선교 우현 쪽에서 무릎과 복부 등에 총상을 입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출혈과 함께 체온이 떨어지고 있었으나 의식이 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특수전요원팀은 즉시 총상부위의 출혈을 막기 위해 구급붕대를 감아 지혈하였다. 환자 보고를 받은 청해부대는 100노티컬마일 떨어져 있던 미 해군 구축함에 긴급 구조를 요청했다.

미 해군 구축함은 탑재된 후송 헬기를 신속하게 보내겠다고 응답했다.

선교수색을 마친 공격팀은 2개조로 나눠 1팀은 데크 하우스의 격실을, 다른 1팀은 기관실을 수색하기로 했다.

이제부터는 선교에서 기관실로 내려가면서 수색해야 한다. 6시32분 격실 수색 중 해적 4명을 총격전 끝에 쓰러뜨렸다. 6시35분에는 선장실 주변에 있던 해적 두목도 사살했다.

◇"선원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대한민국 해군입니다"

여명시간인 6시45분 공격팀은 선교에서 선원 13명을 구조했다. 이 중에 한국인 선원은 5명이었다.

"선원 여러분, 안심하십시오.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입니다. 현재 선박은 대한민국 해군이 장악하였습니다. 안심하시고 갑판으로 나와 주십시오"

자신들을 구조하러 온 청해부대를 본 선원들은 서로 부둥켜안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남은 해적들이 언제 어떻게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에 수색과 환자(석해균 선장) 이송을 동시에 할 수는 없었다.

1개팀은 경계와 함께 지금까지 구조된 선원들을 안심시키고 다른 1개팀은 석 선장을 이송했다.

갑판으로 내려가기에는 계단이 많고, 해적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선교 옆에 매달려 있는 삼호주얼리호의 비상구명정을 이용해 특수전요원의 고속단정으로, 다시 최영함으로 석 선장을 이송했다.

최영함에 도착한 석 선장은 사관실에 만들어 놓은 임시수술대에 위에 올려졌다. 청해부대 군의관들이 환자의 옷을 벗기고 출혈을 막고, 수액을 꽂는 등 모든 응급조치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7시57분 다시 인질 수색 및 해적소탕 작전을 개시했다. 최영함에서 장거리 음향송신장치(Long Range Acoustic Device)를 이용해 해적투항 경고방송을 했다.

해적 2명이 손을 머리 위로 높이 들고 투항했고, 5명의 선원들이 선상으로 나왔다.

날이 훤히 밝은 8시16분 한국인 선원 8명 전원을 포함 지금까지 모두 18명의 선원을 구조했다.

◇인질 21명 모두 구조..청해부대장 작전완료 보고

이제 남은 것은 숨어 있는 해적 5명, 그리고 미얀마 선원 3명이었다.

"코리가 드헤그, 에스디힙. 에스타그 하디칼레 완코 투칸(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그러면 살려줄 것이다)"

청해부대는 소말리아어로 경고방송을 실시했다. 네덜란드 해군함정과 협조해 미리 녹음한 것이다.

삼호주얼리호 내부의 특전대원들은 수색을 마친 격실마다 붉은색 페인트로 표시하며 신속하게 이동했다. 삼호주얼리호 객실은 모두 57개다.

8시25분 환자 이송을 위한 미 해군의 SH-60헬기가 최영함에 도착했다. 선장은 해군 군의관과 함께 미군 헬기로 오만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 시각 삼호주얼리호에 있는 작전팀은 아직 구조하지 못한 미얀마 선원 3명을 추가로 구조하기 위해 비상타기실을 향해 이동했다.

9시2분 격실에 숨어있던 해적들이 총격을 가해 교전이 벌어졌다. 9시32분 교전 중 해적 1명을, 9시45분에는 남은 해적을 모두 생포했다.

청해부대장 조영주 대령은 9시56분 '아덴만 여명작전을 완료했다'고 해군작전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인질 21명 전원을 구조하고 해적 8명을 사살, 5명을 생포했다. 아군의 피해는 전혀 없었다.

그 순간 합참, 해군작전사령부, 해군본부 지휘통제실에서는 환호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1월15일 삼호주얼리호 피랍 이후 선원들을 구조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이, 치밀하게 수립한 작전계획과 수차례의 모의연습이 드디어 결실을 발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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