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지금처럼 넘쳐 난 적이 없었다. 말 그대로 북한 정보의 홍수다.” (정부 당국자)
바야흐로 북한전문매체의 전성기다.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한 북한 관련 정보가 전에 없이 범람하고 있다. 그간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제한적으로 나오던 북한 관련 정보가 북한 주민을 통해 가공되지 않은 ‘날것’ 상태로 남한에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변화 이끌어 내기 위해” … 국경지역 주민이 정보원
대북 매체들이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9년, ‘데일리NK’와 ‘NK지식인연대’가 북한의 화폐개혁 소식을 전하면서다. 통일부와 정보당국은 이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선을 긋다가 사흘이 지난 12월3일에서야 “해외공관을 통해 확인했다”며 화폐개혁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뒤이어 대북 지원단체 ‘좋은벗들’은 북한 내 신종플루 발생 사실을 소식지를 통해 전했다. 이 역시 며칠 뒤 북한 매체가 신종플루 확진환자 발생 사실을 보도하면서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대북 정보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에 비해 한발 빠른 북한 정보를 내놓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는 관련 단체는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 ‘미국의소리’(VOA)를 포함해 총 13곳에 이른다. 또 몇몇 탈북자 단체가 추가로 북한 전문매체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열린북한방송’의 경우 대북 단파라디오방송을 하다가 2008년부터 북한 내부 소식을 남한에 전하고 있다. ‘자유북한방송’, ‘자유조선방송’ 등도 대북·대남 매체를 겸하고 있다. 소현민 열린북한방송 홍보팀장은 “북한에 외부 소식을 집어넣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 소식을 밖으로 가져오는 것 역시 북한을 변화시키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이들의 취재원은 대부분 양강도, 함경북도 등 국경지대에 있는 북한 주민들. 이들은 대부분 중국 휴대전화를 이용해 북중 접경지역에서 단체 관계자들과 통화하면서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한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이들의 활약은 외국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1월25일 좋은벗들, 열린북한방송 등이 휴대전화와 위성전화 등을 통해 북한 내부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면서 “폐쇄적인 북한 체제가 기술 진보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의 활동자금은 대부분 미국, 유럽 등에서 보내주는 지원금으로 충당된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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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지식인연대’가 1월24일 공개한 동영상에서 북한 성인 남녀 2명이 필로폰을 흡입하고 있다. NK지식인연대 제공 |
‘북한 소식통’을 인용한 정보가 봇물 터지듯 나오는 배경을 한 정부 당국자는 남북 간 공식 교류가 단절된 데서 찾았다. “과거 남북 교류가 활발할 때는 북한을 다녀온 단체 관계자가 북한 내부를 읽는 중요한 정보원이 됐다. 하지만 교류가 단절되고 공식적인 방북 루트가 막히면서 북한 주민과의 비공식 접촉을 통한 북한 내부 소식이 쏟아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휴대전화 등 통신기기의 발달이 더해지면서 유입되는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정보의 질, 즉 신뢰도 등은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들이 전하는 소식의 대부분은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한 것으로, 다른 주민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또다시 전하는 일명 ‘카더라 통신’이다. 북한전문매체 관계자는 “소식통들이 전한 정보는 다른 루트를 통해 교차확인을 거쳐 내보낸다”며 나름의 검증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정부 관계자는 “각 단체의 ‘내부 소식통’이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북한 내에서 중국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국경지대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주민 수에 비해 국내 대북매체 수는 급증하고 있다. 통신원 수요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각 매체가 믿을 만한 소식통들을 확보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왜곡과 과장 보도 의혹도 제기된다. 최근 한 북한전문매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그의 생모인 김정숙의 사진이 낙서된 채 불살라지는 사진이 공개됐다. 이에 대해 남한 내 북한 정보 소비계층을 겨냥해 연출된 상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이 전하는 소식 대부분이 국경지대에 한정된 것이라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국경 소식을 북한 전역으로 일반화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북한을 진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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