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주인공은 해안에서 약 200m 떨어진 미야코시 다로카와무카이(田老川向)라는 곳에 사는 아카누마(赤沼) 다미(83.여)씨와 시추 암컷인 '밥'이다.
지난 11일 아카누마 할머니가 애견 밥과 함께 집 거실에서 쉬고 있을 때 지진이 밀어닥쳤다.
형광등이 꺼지자 밥은 바쁘게 주위를 돌며 꼬리를 치켜 올린 채 코를 킁킁거렸다고 한다.
아카누마씨는 '산책 가기는 아직 빠른데'라고 생각하면서도 현관 쪽으로 가서 밥의 머리에 줄을 매기 시작했다. 이 동네에 대형 쓰나미경보 발령을 알리는 경보 방송이 울려 퍼진 것은 이때쯤이었다.
1933년에도 강진을 경험한 아카누마씨가 이때서야 '피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현관문을 열자 밥이 기세 좋게 뛰쳐나가 고지대로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언제나 가던 산책 코스와는 반대 방향이었다.
밥은 아카누마씨가 뒤처지면 뒤돌아서서 걸음을 재촉하는 동작을 보였고, 따라잡으면 힘차게 달려나가는 식으로 자택에서 약 1㎞ 떨어진 대피소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30분쯤 지난 뒤 아카누마 할머니가 뒤를 보자 조금 전에 걸어온 길은 쓰나미에 휩쓸렸고, 자택도 어느새 탁류에 휘말려 있었다고 한다.
아카누마씨는 평소 산책 가길 좋아하지 않았던 애견의 이 같은 행동에 "쓰나미를 예견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신기해하고 있다. 아카누마씨 등 동네 주민 약 60명과 함께 피난 생활을 하는 밥은 23일 12살 생일을 맞아 좋아하는 핑크색 옷을 입을 수 있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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