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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철현 주일 한국대사 센다이 동행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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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3-28 00:10:47 수정 : 2011-03-28 00: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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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마을로 가는 도로변에…부서진 차량 잔뜩 쌓여있어
도로 곳곳 균열… 악몽 고스란히
재일교포 4800명 피난소 생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 눈물
27일 오전 9시50분 후쿠시마(福島) 원전에서 50㎞가량 떨어진 도호쿠(東北) 고속도로의 아다타라(安達太良) 휴게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정규환 선임연구원이 휴대용 방사선량 계측기를 꺼냈다. 1.72μSv(마이크로시버트)가 찍혔다. 도쿄 신주쿠의 0.120μSv보다 14배 정도 높은 방사선량이다. 정 연구원이 바람 방향을 향해 계측기를 돌리자 20배 이상 높아진 2.44μSv가 찍혔다. 풍향에 따라 확산속도나 양이 민감하게 바뀌는 방사능의 특성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권철현(왼쪽) 주일 한국대사가 27일 강진과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를 방문해 김성의 이와테현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지부 단장에게 구급의약품을 전달하고 있다.
센다이=김동진 특파원
권철현 주일 한국대사는 이날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로 향했다. 쓰나미(지진해일)로 큰 피해를 입은 재일동포와 유학생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정 연구원은 도호쿠 지역 우리 교민들의 방사능 대책과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권 대사와 동행했다.

권 대사를 태운 차량은 오전 6시 도쿄를 출발해 5시간가량 달렸다. 고속도로 곳곳의 방음벽이 무너져 내렸거나, 도로의 큰 균열을 급히 보수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이 때문에 시속 80㎞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원전 폭발사고를 낸 후쿠시마를 지날 때는 방사능 공포 때문인지 통행하는 차량이 거의 없었다.

센다이 총영사관에 도착한 권 대사는 2층에 마련된 피난소를 찾았다. 전날까지 주재원과 유학생 등 600여명이 이 피난소를 이용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한국 또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다. 이날 이시노마키(石券)에서 수산물 무역업을 하는 한귀연(57)·이수미(42) 부부와 딸 선화(5)양이 남아 있었다. 한씨는 미야기현 해안에서 양식되는 멍게를 한국에 수출하는 일을 해왔다. 지난해 이상고온으로 멍게 작황이 좋지 않아 손해를 본 데다 쓰나미 피해까지 겹쳐 타격을 입었다. 방사능 오염 때문에 앞으로 일본 수산물의 수출길이 막힐 것으로 보여 재기는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다. 한씨는 “가게와 집이 모두 쓰나미에 휩쓸려 갔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권 대사가 찾은 센다이의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미야기현 지부는 지진 피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건물 외벽 타일의 여러 곳이 깨져 있었다. 이근출 단장은 “1980년대 이후 일본으로 이주해온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으로 피난했지만 재일교포들은 떠나지 않고 남아있다”고 말했다. 미야기현에 사는 재일교포 4800여명은 일본인들과 마찬가지로 피난소에 대피해 생활하고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교포들은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었다. 특히 해안에서 빠찡꼬가게를 운영하는 많은 재일교포들이 점포를 통째로 잃어버렸다.

쓰나미 발생 16일째를 맞은 센다이의 중심부는 지진 이전의 모습을 회복해가고 있었지만 해안 지역의 모습은 쓰레기더미를 방불케 할 정도로 대조적이었다. 센다이항구에 인접한 시오가마(鹽釜) 지역으로 가는 길은 도로 변에 부서진 차량이 잔뜩 쌓여 있었고, 교통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 경찰관이 수신호로 차량을 통행시키고 있었다. 곳곳에서 자위대 대원들이 실종자 수색을 벌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정 연구원은 “지금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상태가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체르노빌 사태처럼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로부터 센다이까지 거리는 약 100㎞이다. 사상 최악의 지진과 쓰나미 속에서도 피해 지역을 끝까지 떠나지 않고 교민들의 안전을 돌본 김정수(59) 총영사는 “외국인 절도단이 있다, 폭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등의 소문과 관련, “도둑은 더러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센다이=김동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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