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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일을 멈추고 휴식을

입력 : 2011-04-01 21:13:15 수정 : 2011-04-01 21: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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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살다 서울에 오면 누구나 변화의 속도에 현기증을 느낄 지경이다. 다이내믹 코리아에 인터넷 강국 또는 디자인 강국이라는 말까지 합쳐지면서 한국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신을 거듭하는 역동적 사회라는 이미지로 떠오른다. 누구라도 빠른 속도로 뛰지 않으면 뒤처지는 사회라는 것이다.

정수복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의 저자, 재불 사회학자
이런 한국적 분위기는 조용히 자신을 뒤돌아볼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주위의 경쟁자들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가를 24시간 관찰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더욱 신장시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여러 가지 병리적 현상도 나타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한국 중학생의 수학능력이 수위를 차지하는 것과 동시에 한국의 자살률도 최고라고 한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우선 좋은 학교에 진학해야 한다는 생각에 집집마다 상당한 사교육비를 들여 공부시킨 결과 한국 청소년들의 수학능력이 신장된 것이 동전의 앞면이라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더 이상 인생을 살 가치가 없다고 비관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동전의 뒷면이다.

그런데 살아남기 위해서는 열심히 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창의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빠르게 뛰면 절대 새로운 생각이 나올 수가 없다. 새로운 발상을 하고 새로운 생각에 젖어들려면 일을 멈추고 휴식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소극적 휴식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를 위한 적극적 휴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은 몸과 마음 모두 지금 여기의 장소와 시간을 떠나는 일이다. 여행이 불가능하다면 혼자 조용히 지내면서 다른 곳 다른 시간을 전해주는 책을 읽는 것으로도 가상의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책과 더불어 여유를 찾는 것은 인생 에너지의 충전이자 또다른 창조의 일환이다.

정수복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의 저자, 재불 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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