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우파 성향의 야당 ‘민족주의 행동당’ 총선 후보였던 데니즈 볼룩바시 부의장 등 6명이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이들은 정체불명의 단체가 인터넷에 몰래카메라로 찍은 이들의 혼외정사 동영상을 공개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앞서 같은 비디오로 이달 초에도 후보 4명이 사임, 이번 달만 총선 후보 10명이 한꺼번에 물러난 것이다.
이 단체는 민족주의 행동당 데블렛 바흐첼리 당수가 18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비디오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했고, 당수가 이를 거부하자 비디오를 사이트에 올렸다.
민족주의 행동당은 ‘정치적 음모’로 보고 배후로 집권당인 집권 정의개발당을 지목했다. 다음달 선거에서 10% 지지를 얻지 못하면 민족주의 행동당은 원내 의석수를 전혀 가질 수 없고, 사표 분배 규정에 따라 정의개발당에 돌아가는 몫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BBC 방송은 남은 의석이 정의개발당에 돌아가면 최대 66%까지 의석을 확보해, 국민투표 없이 개헌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의개발당을 이끄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이 같은 주장을 부인하며 검찰 수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터키 제1야당이었던 ‘세속주의 공화주의 국민당’의 데니즈 바이칼 대표가 여성 국회의원과 침대에 있는 사진이 공개돼 사임할 때에도 검찰이 수사를 했지만 범인을 밝혀내지 못해 이번 사건도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평론가 파티흐 체키르게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대규모 사퇴는 세계 정치 어디서도 볼 수 없다”며 “정치적 학살에 가깝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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