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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나라가 썩어간다” 걱정인데…

입력 : 2011-06-24 23:12:33 수정 : 2011-06-24 23: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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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비리 폭로땐 매장”
위협받는 내부 고발자
김재환 감독                       송윤희 감독
내부고발자를 흔히 ‘휘슬 블로어’(whistle-blower)라 부른다. 조직 내부의 부정부패에 대해 경고와 각성의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들은 사회를 지키는 ‘빛과 소금’이다.

방송·의료계 치부를 파헤친 다큐멘터리 영화 ‘트루맛쇼’와 ‘하얀정글’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내부 고발’ 성격을 띤 이들 영화의 상영 전후로 감독과 출연자 등 영화 관계자들이 방송·의료계의 회유와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연고주의와 온정주의 문화는 조직 내부 문제가 외부로 새어 나가는 것을 금기시한다. 내부고발자들을 ‘배신자’로 낙인 찍어 매장시키려는 사회적 분위기는 최근 악취가 진동하는 공직사회 부정부패와 맞물려 건전한 국가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MBC PD 출신인 김재환(41) 감독이 제작한 ‘트루맛쇼’는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 식당 간 유착이 횡행하는 ‘TV맛집’의 허구성을 다뤘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장편 경쟁부문 관객상을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2일 서울 대학로CGV 등 전국 10여개 극장에서 개봉한 뒤 관객 입소문을 타면서 상영관도 늘어나고 있다.

현직 산업의학과 전문의인 송윤희(32) 감독이 만든 ‘하얀정글’은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는 의료계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개봉비용 문제 등으로 이달부터 각종 단체나 기관, 모임 등 관람 의사를 밝힌 공동체를 찾아가 상영하고 있다.

이들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있었다. 김 감독은 24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개봉 전부터 옛 동료 등이 ‘왜 친정을 건드리느냐’, ‘업계 동료와 후배를 괴롭히는 꼴’이라는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송 감독도 “‘제 얼굴에 침 뱉기’라는 주위(의료계)의 비아냥이 있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영화 제작·상영을 막기 위한 방송·의료계 내부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는 것이다.

트루맛쇼는 개봉 직전 MBC가 “허위사실”이라며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내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감독들이 어렵게 섭외한 맛 칼럼니스트와 요리사, 의사 등 영화 출연진 상당수도 식당 업주와 소속 병원 측의 위협에 적잖게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하얀정글 일부 출연진은 “나를 빼달라”고 말해 편집을 하기도 했다.

두 감독은 “사회가 썩어가는 것을 막으려면 누군가는 나서서 소금을 뿌려야 하는데 그 일을 한 것뿐”이라며 “영화제작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태영·김유나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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