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최대 탈세자' 오명도..교회 측 "성실 납부" 항변 그리스의 국가부채 문제가 교회의 세금 납부 문제로 불똥이 튀고 있다.
지난 3년간 계속된 경기침체로 1천100만 명의 그리스 국민이 고통받고 있지만, 막대한 자산을 보유한 교회는 세금 납부에 관한 한 여전히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회의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그리스 내부의 움직임도 더욱 본격화하고 있다. 그리스의 국교는 그리스 정교회로, 국민의 98%가 이를 신봉한다.
로이터통신은 "국가부채 위기가 그리스를 강타하면서 수십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급여와 연금, 수당이 깎이자 교회의 세금 문제에 관해 새로운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실제로 `교회에 세금을 매기자'라는 그리스의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10만 명 이상이 가입했고,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국가가 교회의 막대한 재산을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온라인 탄원서에는 2만9천 명이 서명했다.
그리스 정교회는 정부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리스 최대 은행인 그리스 국민은행의 주식 약 1.5%와 여러 건물 등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자산에도 교회의 세금 납부 실적은 보잘 것 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금 전문가는 "교회는 그들이 통제하는 모든 자산에 대해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야노스 파판토니우 전 그리스 재무장관도 "교회가 조세부담을 나눠야 한다"며 "교회가 기여를 거의 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그리스 정부는 교회가 있는 약 100여 개 도시의 사제 9천 명에 대해 봉급을 주고 있으며 심지어 은퇴한 성직자들에게 연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고에서 연간 2억6천800만 유로(한화 4천12억원)가 지급된다.
`그리스 최대 탈세자'라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교회 측은 어려운 시기에 교회가 중요한 사회적, 경제적, 정신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우리는 일반 기업들보다 더 많은 토지세를 납부하고 임대 소득의 20%는 세금으로 내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리스 정교회의 최고 의결기구인 성의회(Holy Synod)의 대변인 디모테오 신부도 성의회가 지난해 130만 유로의 세금을 낸 사실을 강조하며 "유럽재판소에 세금 납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었지만, 국가를 돕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회에 정확한 세금을 물리기도 쉽지도 않은 상황이다. 교회의 재정과 토지 등이 매우 복잡해 정확한 자산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중앙토지등기소가 없는 데다, 교회 역시 분권화된 체계를 갖고 있어 무엇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1990년대 초 재무장관을 지낸 스테파노스 마노스는 "교회의 실제 자산 포트폴리오는 수십억 유로에 달했지만, 항상 외부 감사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는 현재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부동산을 포함해 공공자산을 팔라는 강도 높은 압력을 받고 있다.
또 교회 재정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힘있는 교회와 감히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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