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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침수·도로는 수로로 변해 ‘거대한 물바다’

입력 : 2011-07-28 02:02:54 수정 : 2011-07-28 02: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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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차 버리고 출근 지각 속출
일부지역 전기·통신도 두절…사당역 물에 잠겨 아수라장
EBS 건물 일부 침수 방송 차질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진 ‘물폭탄’에 27일 수도 서울이 잠겨 버렸다. 전날 오후부터 내린 시간당 최대 100㎜의 기록적인 폭우로 올림픽대로 등 주요 간선도로가 통제되고 일부 지하철역이 물에 잠기는 사태가 벌어졌다. 도심 곳곳이 아수라장으로 변한 이날, 지난해에 이어 또 물난리를 겪은 침수지역 주민들은 서울시의 부실 방재와 하늘을 원망했다.  
물에 잠긴 대치동 시간당 최고 1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거리가 완전히 물에 잠겨 차량 지붕만 물 위로 드러나 있다.
독자 제공
물에 잠긴 도심… 마비된 서울


이틀간 내린 폭우로 강남과 광화문 등 시내 중심부 지역을 비롯한 주요 간선도로의 교통 기능이 마비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통신마저 두절됐다.

강남역 삼성 사옥 인근 지역은 하수가 역류하면서 물바다로 변했다. 승용차들은 보닛 높이까지 들어찬 물길을 헤치고 간신히 움직였고, 거대한 수로로 변해버린 양재역∼강남역 구간에는 침수된 차량이 방치되기도 하면서 ‘거대한 주차장’으로 돌변했다.

회의 참석차 강남역 인근으로 출근하던 회사원 방모(31)씨는 범람한 빗물에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강남역 지하상가 천장에선 물이 뚝뚝 떨어지고, 밖에는 무릎 높이까지 빗물이 차 올라 사람들이 오도가도 못했다”며 “줄곧 서울에서만 살았는데, 이런 비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일부 운전자들은 타고 온 차를 아무곳에나 주차시킨 채 대중교통을 이용해 직장으로 향했다.

양재천 주변 저지대 지역에는 차량 지붕까지 물이 차 올랐고, 남부순환도로와 사당역 일대에도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지난해 추석 때 집중호우로 물바다가 됐던 광화문 일대 도로도 물에 잠겼다.

잠수교가 일찌감치 전면 통제된 데 이어 서울 주요 간선도로도 비 피해를 봤다. 경찰은 오후 4시 현재 올림픽대로 여의하류나들목∼여의상류나들목, 노들길 한강대교 남단∼서울교 등 17개 구간의 도로를 막고 차량을 우회시켰다. 특히 여의도 일대에서는 범람한 물에 차량이 옴짝달싹 못하자 중앙분리대를 철거하고 차량을 유턴시키기도 했다. 여기에 서울시내 약 150개 신호등이 꺼지는 바람에 교통혼잡을 더했다. 서울경찰청은 교통경찰 3분의 2와 지역경찰 3분의 1이 비상근무에 들어가는 교통을(乙)호 비상을 발령했다.

지하철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폭우로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과 2호선·분당선 선릉역이 침수돼 오전 한때 전동열차 운행이 중단됐고, 2·4호선 사당역도 빗물 유입을 막으려 한때 출입을 통제했다. 오류동역에서 서대문 인근까지 출근하는 류모(33)씨는 “전철 안에서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버스로 바꿔 탔는데, 도로도 막혀 1시간 이상 지각했다”고 말했다.

강남과 서초구 일부 지역은 전기마저 끊겼다. 이 지역 건물 지하에 있는 수전 설비가 침수되면서 정전사태가 빚어진 것으로 한전은 추정했다.

강남 SK텔레콤 기지국에 발생한 정전으로 이동통신망이 한때 불통되기도 했으며, EBS는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로 우면동 방송센터에 토사가 유입되면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을 빚었다.

 
강남역 인근 진흥아파트 사거리에서는 오도가도 못하는 차량의 지붕과 문에 매달린 시민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침수지역 주민들의 분통


강서구 화곡1동 복개천 부근 주택가는 이번 비로 작년 추석 때의 악몽이 되풀이됐다. 이곳 주민들은 집안까지 들어찬 물을 퍼내고 젖은 물건을 밖으로 옮기느라 분주했다. 폭우로 주택가 주변 담장이 무너진 곳도 있었다.

28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 김정태(63)씨는 “매년 반복되는 수해가 이제 지겹다”며 울화통을 터뜨렸다. 그는 “바로 옆 동네인 양천구는 멀쩡한데 늘 우리만 물이 넘치냐”며 “복개천을 뜯어서 대책을 세워줘야지 구청은 뭐 하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강서구청에 접수된 침수 피해 신고만 100건이 넘는 등 서울 전역에서 오후 7시 현재 모두 359건의 침수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시는 “1909건의 배수를 지원했고, 시설물 피해가 확인된 것만 25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부근도 폭우로 인근 상가들이 침수됐다. 퇴직 후 한 달 전 새로 편의점 문을 열었다는 최모(50)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에 젖은 물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오전 9시쯤 아르바이트생의 전화를 받고 급히 왔더니 이미 물이 가게의 절반까지 들어차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며 허탈해 했다. 역 주변 LPG 가스충전소도 물에 완전히 잠겼다. 충전소 안전관리원 정인득(31)씨는 “갑자기 물이 차올라 소방서와 구청, 가스안전공사 등에 연락했지만 감감무소식이어서 물차를 불러 직접 물을 빼냈다”고 했다. 이곳에서 불과 200여m 떨어진 한 술집에서는 오전 9시10분쯤 침수가 원인으로 보이는 누전으로 화재가 발생해 집기류 등을 태우고 20분 만에 진화됐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유태영·조병욱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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