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스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이 실질적으론 세계 1위이던 그리스가 1981년 사회당인 파속(PASOK)당이 집권하면서 복지정책을 남발해 경제가 악화됐다”고 회고했다. 여기에 보수당인 ‘뉴데모크라시’마저 파속당을 따라하면서 국가부도 사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는 “보수정당까지 포퓰리즘에 빠져드는 모양은 한국과 그리스가 비슷하다”면서 “그리스를 따라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하치스 교수의 충고를 대한민국 물정을 모르는 헛소리로 치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도 극성스럽다. 제1야당이 무상복지 시리즈를 내놓은 뒤 여야가 앞다퉈 선심성 정책을 쏟아 내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가 꼬리를 무는데도 그렇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어제 “한나라당이 포퓰리즘 정책을 선도하지 않는지 많은 국민이 걱정한다”고 했다. 이해봉 의원은 “혁명시기를 제외하곤 급진개혁이 성공한 사례를 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복지국가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문제는 방법과 속도다.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경기도가 복지정책 확대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경기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 분담체계 개선안을 최근 중앙정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영유아 보육료 확대 등 복지정책이 쏟아지면서 지방재정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경기도에 따르면 2006∼2011년 중앙정부 총지출은 연평균 6.7% 증가한 반면 복지재정은 9.7% 늘었다. 같은 기간 지자체 총예산은 8.6% 증가했지만 복지예산은 19.0% 급증했다. 지자체 총예산에서 사회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06년 13.6%에서 올해 20.2%로 상승했다. 한번 생겨나면 다시는 없어지지 않는 눈덩이가 소리 없이 구르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만이 아니다. 포퓰리즘 정책의 후유증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본 집권 민주당은 고속도로통행료 무료화 등 2년 전 총선에서 내건 선심성 공약을 폐지·수정하기로 했다. 여야가 하치스 교수의 경고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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