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북도 날라리판”… 北 김정은 주민통제 강화 지시

북한이 최근 북·중 접경지대를 중심으로 탈북 방지용 CCTV를 설치하고 철조망을 보강하는 등 주민 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계자 김정은이 주민 검열 강화를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16일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신의주 지역을 현지지도하는 자리에서 “평안북도가 자본주의의 날라리판이 됐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의 옷차림과 무질서 등이 심각함을 지적한 것이다. 북한에는 최근 남한 대중문화 등 ‘황색바람‘(자본주의 사조)이 급속히 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김정일·김정은 부자가 주민 통제 강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중 접경지대인 평안북도 황금평(위 사진)과 삭주의 군 초소에 주민 감시용 CCTV를 설치하고 철조망 등을 보강한 것이 관측됐다.
연합뉴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북한을 수시로 왕래하는 중국 무역상인의 말을 인용해 “얼마 전 평양의 한 부유층 여성이 ‘소녀시대’ CD를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북한에서 남한 댄스그룹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RFA에 따르면 집 등 비공개 장소에서 한 달에 미화 20달러 정도를 받고 남한 댄스그룹의 춤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강사들까지 등장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 2월 “주민들을 달래던 때는 지났으니 일탈행위는 무조건 법으로 처벌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평북도’ 발언 이후 주민 통제가 한층 더 강화된 모양새다. 해외 주재 북한 상사원은 “7월 초 대규모 중앙검열단이 평북지역에 파견돼 간부들의 사상 문제와 주민의 사회주의 일탈행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평북 삭주 등에는 탈북 방지를 위해 CCTV가 설치됐다. 양강도 혜산과 백두산, 자강도 만포 등 접경지역에는 철조망도 쳐졌다. 북한 당국은 시장에도 CCTV를 설치해 감시요원을 추가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외부 문화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을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탈북자는 “북한 청소년들은 남한 아이돌 가수들을 모르면 학교에서 대화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남한 대중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진 상태”라면서 “당국에서 통제하지만 이미 남한 문화를 경험한 젊은 세대들의 욕구를 억누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