郭 사퇴땐 선거판 요동… 10·26 ‘진보 vs 보수’ 격전 예고

서울시장·교육감 동시 보선 가능성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사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곽 교육감이 9월30일까지 사퇴하면 서울시장과 교육감 선거가 한 쌍으로 치러져 10·26 재·보선이 더욱 선명한 ‘진보 대 보수’의 격전장이 될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곽 교육감의 선거 부정 의혹’이란 대형 호재에 선거 판을 확 키우고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과정에서 보수층의 ‘공적’이 되다시피 한 곽 교육감 낙마를 계기로 지지세력을 재결집해 내년 총·대선 승리의 추동력으로 삼겠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보선 판이 커졌다”며 “곽 교육감은 즉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남경필 최고위원도 “서울시장·교육감 선거가 현실로 다가왔다. 대선 수준의 선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재·보선 중요성이 커지면서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당내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주민투표 때 ‘방관 모드’에 따른 지지율 하락 추세도 박 전 대표 측에 부담이다. ‘원조 친박(친박근혜)계’로 꼽히는 김용갑 상임고문은 라디오에 출연해 “박 전 대표가 (지원을) 회피해 선거가 실패하면 한나라당은 물론 보수세력의 비난을 견디기 힘들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친박계 의견은 여전히 엇갈린다. “선거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른다”는 원칙론과 “활동조건이 형성되면 박 전 대표도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조건개입론이 맞선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대표(가운데)와 유승민 최고위원(오른쪽)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민주당도 곽 교육감 사퇴를 합창하며 이번 사건과 신속히 선을 긋고 있다. ‘도덕성 타격’의 불이 재보선 전선으로 옮겨붙고, 나아가 내년 총선 관건인 야권연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파장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전날 박지원 전 원내대표에 이어 손학규 대표도 이날 곽 교육감 사퇴를 사실상 요구했다.

서울시장 선거가 관심을 끌면서 서울시민을 상대로 한 여러 여론조사 내용이 쏟아지고 있는데 제각각이어서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기관마다 정당 지지도가 적잖게 다르고 심지어 여야 유력 후보 양자대결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날 정도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현재 조사는 실제 후보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의 단순한 인지도 조사이지 진정한 지지도 조사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야권 후보 중 ‘버려진 카드’로 인식됐던 한명숙 전 총리가 높은 지지율을 받으며 부상하고 있어 주목된다. 한 전 총리는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과의 가상대결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당에서는 ‘뜬금 없이’ 홍 대표 ‘차출론·적합론’이 친이(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퍼져 뒷말을 낳았다. “홍 대표가 나가면 박 전 대표가 지원할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홍 대표측은 “홍 대표를 몰아내기 위한 음모론”이라고 강력 부인했다.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