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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빵집, 빵 굽는 냄새가 사라진다

입력 : 2011-09-20 13:19:07 수정 : 2011-09-20 13: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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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제빵업체 출점 경쟁…소규모 가게 못 버티고 몰락
재벌가 딸들 가세 더 궁지로…10년 전 비해 3분의 2 줄어
대전시 중구에서 25년째 빵집을 운영하던 박모(51)씨는 요즘 대기업 계열 브랜드로 간판을 바꿔 다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대한제과학교 1년 과정을 수료하고 동네 빵집에서 일을 배운 그는 1985년 독립해 아내, 두 딸과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작년부터는 적자를 면하기도 벅찬 신세가 되고 말았다. 몇년 전부터 대기업 계열 빵집이 주변을 파고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그의 가게 반경 1㎞ 안에 5개의 유명 빵집이 생겼다.

“혼자 벌던 것을 6개 점포가 나눠 먹게 되니 매출이 줄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태까지 왔다.”

박씨는 “인기 연예인을 모델로 앞세우고 각종 이벤트로 손님을 끌어당기는 대형 빵집에 실력만으로 맞설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이 경쟁적으로 매장을 늘리면서 동네 빵집이 사라지고 있다. 높은 인지도와 자금력을 앞세운 SPC그룹 파리바게뜨, CJ 뚜레쥬르 등은 동네 빵집들에겐 상대하기 어려운 거대한 ‘공룡’이다.

19일 제빵업계에 따르면 올 8월 말 현재 파리바게뜨의 가맹점은 2980개, 뚜레쥬르는 1409개다. 2007년 각각 1568개, 859개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통계청이 밝힌 전국 제과점 수는 지난해 기준 1만3223개로 전국 빵집 3개 중 1개는 두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서는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 외손녀인 장선윤 대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 딸인 정유경 부사장 등 재벌가 딸들까지 제빵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일반 제빵보다는 백화점, 마트 등에 입점해 ‘고급 제빵’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동네 빵집들은 이래저래 설 자리를 위협받는 형국이다.

대한제과협회 김기설 편집장은 “2000년 초만 해도 협회 회원이 1만7000여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5000여명으로 줄었다”면서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갈수록 회원수가 줄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동네 빵집이 사라지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30∼40가지의 단조로운 빵을 선보이는 동네 빵집과 달리 대형 빵집들은 500∼600가지 다양한 빵을 내놓는다”며 “특히 쾌적하고 아늑한 대형점포의 인테리어는 동네 빵집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개인 베이커리 점주 4명 중 3명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이 최근 프랜차이즈 가맹점 250곳과 개인 독립점 1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인 베이커리 점주의 74%가 유명 브랜드 체인점으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개인 독립점은 또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비해 매출과 순익에서 크게 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사 대상 가맹점의 연간 매출은 평균 5억7000만원, 순익은 1억2000만원인 데 비해 개인 독립점은 연 매출 1억6000만원, 순익 5000만원에 그쳤다.

소비자 656명을 대상으로 베이커리 이용 만족도 등을 묻는 설문에서도 가맹점이 압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주로 이용하는 베이커리점’을 묻는 질문에 가맹점이라는 답이 82.6%를 차지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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