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곽정숙(사진) 의원이 2009년 7월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항거불능’ 부분을 없앤 ‘성폭력 처벌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광주 인화학교 장애인 성폭행 판결에서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3일 곽 의원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의 신체·정신적 장애 자체가 폭력에 대한 반항이 어려운 항거불능 상태인데, 가해자를 감형해주는 기준으로 다시 항거불능의 잣대가 이용된다”고 밝혔다. 그는 “장애인이 수화 등으로 의사표현하는 것을 보고 항거불능 상태의 성폭행이 아니라고 판단하는데, 이는 애초 이 조항 신설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특히 “장애인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을 판단하는 것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술의 일관성을 판단하는 데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인과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지적장애인은 판단력과 표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황 설명에 일관성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 결과적으로 피해자 진술은 일관성이 없어 증거로 채택되지 않고, 가해자 측의 진술이 법정에서 훨씬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고 곽 의원은 전했다.
곽 의원은 장애인에 대한 학대나 비리가 발생한 수용시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악행을 저질러온 재단이 ‘과거의 봉사경력’ 등의 이유로 감형된 사례가 많다”며 “결국 봉사가 자신의 물욕을 채우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또 학대를 당한 장애인들에게 ‘갈 곳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것도 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곽 의원은 “거대 시설이 아니라 소규모 가정, 그룹홈 등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유진 기자 heyd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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