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 박유천, 김준수는 아직까지 JYJ라는 이름으로 가요프로그램 무대에 서질 못했다. 지난해 10월 월드와이드 앨범으로 데뷔해 최근 한국어 첫 앨범을 발매하기까지 1년여가 지났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인가수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가요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지만 수십만 장의 앨범을 팔아치우는 JYJ에게 음악방송의 벽은 높기만 하다.
가수에게 가요프로만큼 자신들의 음악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는 없다. 방송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가요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고 있는 JYJ는 대중에게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큰 창구 하나를 닫아 놓고 있는 셈이다. 고민 끝에 내놓은 결론은 공연과 본업이 아닌 분야에서의 개별 활동이다.
생존 위한 공연에서 나오는 차별화된 색깔
JYJ는 지난해 10월 데뷔 월드와이드 앨범 ‘더 비기닝’(The Beginning)을 발매했지만 특별한 활동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 4~5월 국내 및 북미지역을 중심으로 월드투어에 돌입했다. 당시 선보였던 곡들이 최근 발매한 첫 한국어 앨범 ‘인 헤븐’(In Heaven)에 담겼다. 앨범을 발매하고 공연에서 부르는 가수들의 일반적인 행보와는 정 반대인 것.
“피치 못 할 사정으로 대중과 팬들에게 우리의 곡을 무대에서 보여드릴 기회가 없었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무대는 공연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공연을 위해 곡을 쓰기 시작했죠. 그 곡들이 모인 것이 이번 앨범이에요. 지난 2년간의 추억과 속사정들이 담긴 우리의 자작곡으로 이뤄진 앨범이라 뿌듯하고 애정이 가는 건 당연하죠”(재중)
공연을 생각하고 곡을 써야하다 보니 현장의 분위기를 이끌어갈 다양한 음악이 필요했고 이에 팝 발라드, R&B발라드, 팝 댄스 등 여러 장르가 앨범에 담겼다. 일례로 5번 트랙인 ‘미션’(Mission)은 퍼포먼스적인 곡이 공연에 필요할 것 같다는 판단에 빠른 비트에 웅장한 사운드로 만들었다는 것이 직접 작사 작곡한 준수의 설명이다.
준수는 ‘미션’ 외에도 ‘낙엽’을 만들었고 김재중은 ‘나인’(Nine) ‘삐에로’ ‘I.D.S’ ‘인 헤븐’을 작사 작곡, ‘소년의 편지’를 작사했다. ‘겟 아웃’(Get Out)은 유천과 재중이 공동 작사 작곡한 곡이다. 세 멤버는 오랜 시간 함께 지내온 만큼 서로의 장단점을 가장 잘 알고 있고 각자에게 어울리는 파트를 불러 JYJ라는 하나의 색깔을 완성한다.
“곡을 쓰면서 서로 멤버들의 의견을 묻고 수용하려고 해요. 그래야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까지 반영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세 명 다 그런 부분에 서로를 신뢰해요. 그렇게 세 명의 생각을 모아 JYJ만의 색깔이 묻어날 수 있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 과정이 우리에겐 의미 있는 일이고 또 하나의 좋은 경험이죠”(준수)
연기뮤지컬 등 개인 활동 시작한 이유
JYJ 멤버들은 음악 외에 다른 분야로의 진출도 활발했다. 준수는 뮤지컬 진출 첫 작품이었던 ‘모차르트’로 뮤지컬 어워즈와 한국 뮤지컬 대상의 신인상을 휩쓸었다. 유천은 KBS 2TV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로 연기대상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또 재중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보스를 지켜라’를 통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여 호평이 쏟아졌다.
이들이 개별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가요프로그램 무대에 오를 수 없는 상황에서 JYJ의 이름과 음악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재중은 “개인 활동을 시작한 최초의 계기가 JYJ를 더 알리는 홍보수단이었다. 그렇게 시작을 했는데 멤버들 모두 그 분야에 점점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과는 분명 있었다.
“각자의 개인 활동이 끝나고 확실하게 느꼈어요. 팬 분들이 오래 되다보니 얼굴들은 기억에 남는 편인데 전혀 보지 못했던 낯선 팬 분들이 생겼거든요. 다양한 팬 분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우리가 가수라는 것을 모르시다가 JYJ의 음악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경우죠”(준수)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우리가 오래 활동하고 나이가 들면 팬 분들도 같이 나이를 먹는데 개인 활동을 통해 새로운 팬들이 생기고 그 층도 다양해 졌거든요. 너무 감사할 뿐이죠. 세 멤버 모두 개인 활동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유천)
재중 유천 준수는 하반기에 개별 활동보다는 JYJ 활동에 주력할 생각이다. 올해 국내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지는 않지만 우선순위는 국내 팬들이다. 준수는 “언제든 우리나라에서 공연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다른 이벤트를 통해서라도 국내 팬 분들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럽진출은 돌파구이자 색다른 자극
JYJ가 하반기 국내에서 콘서트를 못 여는 것은 유럽에서 공연이 예정됐기 때문이다. JYJ는 10월 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11월 6일 독일 베를린에서 단독콘서트를 개최한다. 특히 스페인 공연은 지난해 미주투어 전부터 러브콜이 들어왔던 데다 개별 활동이 모두 끝난 지금이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에서 성사됐다.
스페인 공연의 티켓이 이미 80%이상 판매돼 미주투어에 이어 유럽투어도 성공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험난한 길을 걸어온 JYJ 멤버들이어서인지 새로운 도전 앞에서도 자신감이 느껴졌다. 한류 가수들의 합동콘서트가 아닌 단일팀의 단독콘서트라는 점과 스페인에서 공연을 갖는 첫 국내 가수라는 점이 이들의 의지를 북돋웠다.
“지난해 미주투어를 돌 때도 ‘과연 가능할까’란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당시 우리를 기다려주셨던 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죠. 부담감은 똑같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뭔가 안주하지 않고 계속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는 생각도 있고 색다른 자극을 받고자 하는 마음도 있죠. 그만큼 욕심이 생기고 더 멋진 무대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정병근 기자 bkm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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