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의 실제 배경인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이 수사 당시 심경을 밝힌 글이 5일 인터넷상에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학교 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가해자 뒤를 봐주는 영화 속 장 경사와는 달리 처절하게 수화를 하는 피해학생들을 바라보며 느낀 애처로움과 분노를 그대로 담아내 네티즌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광주 남부경찰서 과학수사팀 소속 김광진(사진) 경사는 4일 밤 자신의 트위터(@cop5680)에 “나는 도가니 담당 형사였습니다”라고 운을 떼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6년 전 인화학교 교직원 6명과 청각·지적장애 학생 9명을 직접 조사한 그는 당시 수사팀 선배와 함께 영화관을 찾아 ‘도가니’를 보면서 ‘세상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 그때가 떠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학생들과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아 수화 통역사를 통해 피해내용을 확인하면서 “손가락의 움직임이나 얼굴 표정에서 그들이 당한 고통이 텔레파시처럼 내게 전달됐다”고 했다.
영화 한 장면 한 장면을 볼 때마다 “처절한 몸부림으로 수화를 하던 (피해) 아이들이 생각났다”는 그는 “아픔을 감내하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든 일그러지고 처절한 그들의 수화에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고 덧붙였다. 김 경사는 영화 속 경찰의 모습이 사실과 다르게 각색돼 안타깝다면서도 “이 영화를 통해 모든 국민이 소외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되돌아보고 개선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는 우리나라에 이런 비극이 발생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장애인 인권이 재조명되고 미비한 관련 법이 개정돼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간절히 바랄 따름”이라며 글을 맺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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