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도위원회(NTC)군에 생포된 카다피의 모습과 이를 현장에서 지켜본 목격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누가 카다피를 쏴 숨지게 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외신들을 종합해보면 카다피가 NTC군에 붙잡혔을 때까지만 해도 부상을 당하긴 했지만, 살아있었다.
카다피는 20일(현지시간) 호송차량 100여 대를 앞세워 반군의 포위망을 뚫고 시르테 탈출을 시도하다가 시르테 서쪽으로부터 3㎞ 떨어진 곳에서 생포됐다.
프랑스 전투기가 카다피 호송 차량을 향해 위협 폭격을 가했으며 이어 NTC군이 공격해 호송차량 가운데 15대가량이 불탔고, 카다피군 50여 명이 숨졌다.
그러나 카다피는 가까스로 살아남아 인근 고속도로 밑에 있는 배수관 밑으로 숨어들었고, 곧이어 NTC군에 적발됐다. NTC군은 카다피를 생포했을 당시 그가 이미 다리와 등에 총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카다피가 붙잡힌 이후 상황이다.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에는 멍한 표정의 카다피가 피를 흘린 채 비틀거리며 NTC 군인들에 이끌려 트럭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어 누군가 "그를 살려줘, 그를 살려줘!"라고 소리친 뒤 총성이 울렸고, 카메라의 방향은 갑자기 바뀌어 영상 속에서 카다피는 사라졌다. 이후 화면에는 죽은 것처럼 보이는 카다피가 구급차에 실려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NTC의 마무드 지브릴 총리는 "그가 생포된 이후 카다피 지지자들과 NTC군 사이에서 총격전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카다피가 머리에 총을 맞아 숨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NTC의 한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그들(NTC군)이 카다피를 생포했지만, 그를 끌고 가는 동안 카다피를 구타했고, 그를 죽였다. 이것은 전쟁이다"라며 다른 증언을 내놓았다. 이 소식통은 "카다피가 당시 저항했던 것 같다"고 추정했다.
CBS방송은 카다피에 최후의 일격을 가한 사람은 숨진 것처럼 보였던 카다피 경호원 중 한 명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카다피가 체포되지 않도록 그를 쐈다는 것이다.
한 NTC군도 로이터통신에 "카다피의 경호원 중 한 명이 카다피의 가슴에 총을 쐈다"고 전했다.
카다피의 시신이 해안도시 미스라타로 이송된 뒤 이를 확인한 의사는 카다피가 머리와 복부에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진술이 엇갈리면서 카다피가 누구의 손에 의해 최후의 순간을 맞게 됐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또 누군가가 카다피를 고의적으로, 혹은 우발적으로 죽였는지도 불분명하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8일 "우리는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가 생포되거나 살해돼 리비아 국민이 더는 그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길 바란다"고 밝혀 카다피 살해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지난 5월 미국이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을 당시 일각에서는 빈 라덴을 생포할 경우 신병 처리 과정에서 논란이 일 수 있고, 빈 라덴을 따르는 이슬람 급진세력의 반발과 공격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처음부터 미국이 사살을 염두에 두고 작전을 펼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카다피의 경우도 NTC군이 카다피군의 보복 등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사살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지브릴 NTC 총리는 "카다피를 죽이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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