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이 쐈다”… 분노한 시민군이 카다피 폭행… 트럭으로 끌고가는 도중 사살
“경호원이 쐈다”… “생포되지 않게 가슴에 총 쏴”… 의사 “복부 총상 직접 사인”
리비아의 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의 처참한 최후 사진이 공개됐다. 하지만 카다피가 누구의 총에 맞아 죽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21일 로이터 등 외신은 카다피 사망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의 증언과 현장에서 찍힌 동영상에 의하면 카다피는 시민군에 잡힐 때까지만 해도 상처를 입은 상태였지만 살아 있었다고 전했다. 카다피는 체포 당시 도금된 권총을 들고 있었고 카키색 군복과 터번 차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는 붙잡히기 직전 호송차량 80대를 앞세워 시민군이 포위망을 뚫고 수르트에서 탈출을 시도했다. 카다피는 그러나 서방 국가 정보 당국이 수일전 수르트에서 사용된 전화에서 카다피의 음성을 포착해 추격 범위를 좁혀오고 있던 것은 미처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탈출을 시도하는 카다피 차량 행렬을 공격하기 위해 무인기를 파견했다. 카다피 탈출 차량 행렬은 무인기의 공격을 받은 뒤 수르트 인근 3㎞ 떨어진 곳에서 다시 시민군의 공격을 받았다. 카다피는 5명의 친위부대원과 함께 도망쳐 배수로에 숨었으나 곧바로 적발돼 시민군에 생포됐다.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카다피는 상의가 피로 흥건히 젖었으며, 손으로 피를 확인하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한 시민군은 카다피의 얼굴을 때리기도 했다. 이에 카다피는 손으로 막으며 고개를 돌렸다. 이후 카다피는 누군가 쏜 총에 맞은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카다피가 생포된 후 저항했고, 이에 시민군이 총을 쏘려고 하자 누군가 “그를 쏘지마, 사로잡아”라고 소리친 뒤 곧이어 총성이 울렸다는 것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시민군이 카다피를 생포해 트럭으로 끌고 가는 도중 다른 시민군이 그를 폭행한 후 총으로 쐈다고 말했다.
카다피가 경호원의 총에 맞아 숨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밝힌 한 시민군은 “카다피 경호원 중 한 명이 카다피의 가슴에 총을 쐈다”고 말했다. 카다피가 생포되지 않도록 쐈다는 것이다.
카다피 시신을 검안한 의사 이브라힘 티카는 알아라비야 방송에 “카다피는 시민군에 체포된 뒤 가까운 거리에서 복부와 머리에 총을 맞았다”며 “복부 총상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이후 또 다른 총알이 머리를 관통했다”고 말했다.
유엔은 카다피 사망 경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 나비 필레이의 대변인은 “카다피의 죽음을 둘러싼 상황이 불확실하다”며 “어떻게 죽었는지 4∼5가지 서로 다른 얘기들이 있어 일종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sey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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