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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사라진 리비아… 민주국가냐 제2이라크냐 갈림길

관련이슈 카다피 42년 왕조 붕괴

입력 : 2011-10-22 07:32:54 수정 : 2011-10-22 07: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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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없는 정국 어디로
리비아를 42년간 철권통치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사망하면서 리비아가 민주주의 길을 걸을지, 아니면 제2의 이라크로 전락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

그동안 카다피라는 ‘공공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뭉쳤던 시민군들이 국가 재건 사업의 방향을 둘러싸고 얼마나 단일된 목소리를 끌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140∼500개에 이르는 부족 간 갈등, 카다피 잔존 세력의 저항, 새 정부 구성 등의 문제로 안정된 국가 수립까지는 먼 길이 예상된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국가과도위원회(NTC)는 ‘포스트 카다피’의 리비아를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토대로 입법 행위가 이루어지는 민주독립국가로 규정했다.

NTC는 22일 리비아 해방 선포와 함께 본부를 ‘혁명의 진원지’인 벵가지에서 수도 트리폴리로 옮길 예정이다. 이후 NTC는 임시 헌법에 따라 30일 이내 과도 정부를 구성하고, 200인으로 이뤄진 전국협의체를 8개월 안에 출범시키고, 이후 총리를 임명하게 된다. 전국협의체는 새 헌법 초안을 만들고 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을 감독하게 된다.

과도 정부에서는 압델 잘릴 위원장이 포스트 카다피의 1인자로 거론된다. 카다피 정권에서 법무장관을 역임한 그는 지난 2월 시위대에 대한 정부군의 발포에 항의해 사임하고 반군활동에 참가했다. 마무드 지브릴 NTC 총리는 민주화 혁명 이전부터 카다피 정권을 비판해왔고 외국 정부의 NTC 승인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외에도 리비아이슬람전사그룹(LIFG)의 설립자 중 한명인 압둘 하킴 벨하지 트리폴리 사령관과 리비아 이슬람 학자로 명망 높은 알리 알사라비 등이 실세로 거론된다.

하지만 이들 간에 치열한 권력투쟁이 벌어질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알사라비는 이미 9월에 잘릴 위원장에게 사임을 요구한 바 있다.

LIFG는 알카에다, 탈레반과의 연관성 때문에 미 국무부가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친미파’의 지브릴 총리와는 정반대 성향이다.

중동 전문가 캄란 보카리는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벨하지 트리폴리 사령관이 권력실세로 떠오르면 리비아가 이슬람 근본주의로 넘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무바라크 퇴진 이후 이슬람 근본주의가 강화된 이집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이다.

리비아 내에는 최소 140여개의 부족이 존재해 혁명의 공과를 둘러싸고 부족 간 이해 다툼이 예상된다.

부족 간 권력다툼이 현실화할 경우 리비아가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클린턴 정부의 외교정책 수석 고문을 지낸 마크 긴스버그는 “부족장들이 수십억 달러의 해외 자산과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일 것”이라며 “반카다피 운동에서 리비아 진보운동으로 넘어가는 단계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느 정도 외형적인 권력의 틀이 갖춰지면 리비아 재건을 위한 국제사회에 대한 지원 요청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42년간의 카다피 통치로 인해 기능을 상실한 정치·경제 체제를 복구해야 하고 석유 생산 재개 및 지뢰 제거, 2만기로 추산되는 지대공 미사일 회수, 리비아 난민 안정화 작업 등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알리 아우줄리 미국 주재 리비아 대사는 리비아에서 민주주의가 뿌리 내리기 위해서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에서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수석 고문을 지낸 발리 나스르는 “카다피의 죽음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라며 “NTC의 리더십이 강하지 않아 정치, 경제 시스템 재건을 위한 외부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라크처럼 혼돈에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진수 기자 yamyam19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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