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무조건 인사를 잘해야 합니다. 그래야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습니다. 말 잘하면 천냥 빚도 갚지요. 한국 스님들은 수행도 하시지만 일을 참 많이 합니다. 인도 스님들은 일을 안 합니다. 그냥 공부하고 법문하고 포교하고 그럽니다. 한국 스님들은 몸이 아프면 스스로 돈을 만들어 병원에 가야 하고 학교도 알아서 학비를 만들어 다녀야 하고 무조건 알아서 해야 합니다. 나도 아플 때가 있고 공부도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한국에 와서 돈이 두 번째 부처님이라고 느꼈습니다.”(법성 스님)
좌담회 참석자들이 24일 서울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한국의 종교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20년간 한국에서 사목 활동 중인 강 신부가 한국인들의 개종 문제를 제기했다. 강 신부는 “한국에서는 자기 종교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까지 쉽게 종교를 바꾼다”며 “진리 탐구가 아니라 결혼이나 일자리 등 다른 이익을 위해 개종하는 모습도 정말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옆에 앉은 장 후세인 팀장이 “동의한다”며 “터키에서는 첫째가 무슬림이고 그 다음이 터키인이라고 여기는데, 한국에서는 종교가 두 번째인 듯하고 종교를 취미처럼 생각한다”고 맞장구쳤다. 그는 “한국인들은 종교를 ‘한 번 해보자’고 하는데 종교는 그런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출신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에 온 원신영 원불교 예비 교무는 “개종이 자유롭다는 것은 오히려 한국 종교가 건강하다는 반증”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인도 출신의 위니 수녀도 “인도에서는 가족 구성원이 서로 다른 종교를 갖고 사는 게 불가능한데, 한국에서는 종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면”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3년 된 법성 스님은 인도 스님과 한국 스님의 생활과 승려 복지 문제를 비교했다. 그는 “인도나 남방불교에서는 스님은 신도들이 식사나 생활 면에서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돈이 문제가 안 된다”면서 “하지만 스님이 다 알아서 해야 하는 한국에서는 돈이 두 번째 부처님이라고 느끼고 있다”고 말해 좌담회 참여자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종교계 수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종교 간 대화에 대해 실망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목포 가톨릭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아담스 신부는 “겉으로는 다른 종교와 대화가 잘되는 것 같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진정한 대화는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종교 앞에서 자기 종교를 잘 보이도록 노력하는 것 같다”면서 “서로 다른 종교의 대표 자격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종교인의 입장에서 대화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신부는 “종교 간 대화에서 종교 지도자들은 모두가 ‘미소의 바다’가 된다”면서 “이런 레벨에서만 그렇게 지내고, 피상적인 수준에서만 대화하고 깊이 들어가는 것에는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보여주기 위한 종교 간 대화 행태를 꼬집었다.
행사를 기획한 강남대 이찬수 교수는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부족했지만 첫발을 내디뎠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면서 “한국 내 종교 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외국인 종교 지도자 인적 네트워크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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