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범… 국내 물가 상승압력 작용 수입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10%대의 고공행진을 잇고 있다. 내년 초까지는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내 물가의 상승 압박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수입물가는 작년 말보다 8.5%, 작년 평균보다 16.9% 올랐다.
1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스 캐피털과 JP 모건을 비롯한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앞으로도 한국은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클레이스는 전년 동월에 비해 16.0% 오른 지난달 한국의 수입물가 급등은 천연가스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수입물가 상승률이 내년 1월까지 10%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바클레이스 측은 “에너지 가격 상승은 한국 내 휘발유 가격과 교통·운송 비용에 신속하게 전이될 뿐 아니라 나머지 수입물가 상승요인도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이들 IB의 지적에 동의했다. 당분간 국제 원자재 가격이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는 한편 원·달러 환율도 하락세가 뚜렷해지지 않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제 원자재는 원유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 부장은 “유럽 재정위기가 깊어지면서 국제 유가가 떨어질 법도 하지만 시장 관측은 내년까지 강세를 이어간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는 북해와 나이지리아 등에서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이란 핵문제에 따른 불안감, 최근 미국 경제지표의 호전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감 등이 맞물려 강세를 잇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7일 ‘국제 유가의 고수준 지속 가능성 평가’ 보고서에서 유가가 앞으로 상당기간 100달러대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수급불균형이 단기 내 해소되기 어렵고 유럽 국가채무위기가 진정돼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완화되면 투자자금이 원유시장에 추가로 유입돼 수요를 자극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원·달러 환율이 뚜렷하게 내려가야 그나마 수입물가 상승 부담을 덜 수 있는데 이 또한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최근 들어 113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내년 초까지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서정훈 외환은행 경제분석팀 연구위원은 “환율이 내년 1분기까지 두드러진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는 만큼 하락한다 해도 1120원대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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