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대표의 측근 의원도 “여기저기서 쇄신 명분을 내세워 홍 대표 체제를 압박하는데, 본질은 권력 투쟁”이라며 “공천권과 대선 행보 등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장 유리하게 가져가고 싶은 인사들이 디도스 사건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련의 홍 대표 흔들기는 ‘홍준표-박근혜 연대’가 주도하는 인적쇄신을 경계하거나 박근혜 전 대표를 조기에 등판시켜 치명상을 입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고위원 세 명 동반사퇴 등 분출하는 쇄신론을 권력투쟁으로 단순화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직 사퇴를 권력투쟁으로 보는 데 대해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능구 정치커뮤니케이션그룹 e윈컴 대표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총선을 앞둔 생존권 투쟁으로 봐야 한다. 문제는 살아남기 위한 대대적인 혁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지역별로나 계파 사정 등 각자 처지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홍 대표 거취와 박 전 대표의 역할을 둘러싼 진통에서도 확인된다. 주류인 친박계는 당초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직후 코너에 몰린 홍 대표를 적극 엄호했다. 쇄신파와 친이계의 ‘박근혜 조기등판론’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유 최고위원 등 지도부 세 명이 ‘홍준표 퇴진’을 외치며 사퇴한 것을 기점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영남 출신 중심의 친박계 상당수는 홍 대표 손을 들어준 반면 친박계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 등판 쪽에 힘을 실었다. 또 ‘홍준표 즉각 퇴진’에 한목소리를 낸 정두언 의원과 ‘민본 21’ 등 쇄신파나 ‘재창당 모임’을 만든 차명진, 안형환 의원 등 수도권 친이계는 ‘박근혜 역할론’을 놓고는 시각차가 크다. 쇄신파는 “난국을 추스르고 쇄신을 주도할 인사로 현재로선 박 전 대표밖에 없다. 박 전 대표가 공천개혁을 포함한 쇄신작업에 당장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창당 모임’ 측은 “박 전 대표만으로는 국민이 요구하는 보수대혁신을 할 수 없다”며 외부인사들을 영입해 쇄신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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