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對中 '조용한 외교' 비판론 대두…정부 '곤혹'

입력 : 2011-12-13 13:48:52 수정 : 2011-12-13 13: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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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외교부 유감표명도 없어…'당당한' 외교대응 주문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우리 해경이 중국 선장에 의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조용한 외교'로 불리는 정부의 대중(對中) 외교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불법조업 어선의 규모가 늘어나고 수법이 갈수록 흉포화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 외교부가 12일 우리 정부의 항의를 받고도 공식 브리핑 석상에서 아무런 유감표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이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우리 정부의 외교적 대응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최근 들어 한중간에 외교적 갈등요인이 빚어졌을 때 양국 정부의 태도는 매우 대조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중국은 위협적인 어조로 자국 이익과 국민 보호를 압박하는 반면, 한국은 정당한 주권을 분명하게 주장하지 못한 채 더 큰 외교적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줘왔다.

지난 10월23일 목포 해경이 전남 신안군 가거도 앞바다 한국 EEZ(배타적경제수역) 안에서 허가증 없이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 3척을 나포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는 이튿날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한국 측이 '문명적인 법 집행(文明執法·문명집법)'을 해야 하고, 법 집행 과정에서 폭력을 피하고 중국 국민의 안전과 합법적 권익을 확실히 보장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자국 어민들이 EEZ를 침범하고 흉기를 휘둘러 위법행위를 한 점은 언급하지 않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무력을 사용한 한국 해경의 행동만 문제삼은 것이다. '적반하장(賊反荷杖)'식의 대응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중국 내 탈북자 송환 문제도 늘 거론된다. 우리 정부는 중국 내 탈북자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외교활동을 통해 중국 정부에 북송 중단을 요구하면 상황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조용한 외교' 원칙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외교기조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직무유기'의 측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4월 "중국 내 한국영사관 4곳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는 30명이 넘지만, 4년을 대기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기다림에 지쳐 자살을 기도하는 사례도 있다"고 보도했다.

2008년 4월 서울에서 베이징 올림픽 횃불 봉송행사가 열렸을 때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행위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은 것도 오점이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조용한 외교' 기조의 연원은 1992년 한중 수교 당시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우리 정부는 중국의 6.25 참전 문제에 대해 아무런 해명을 듣지 못한 채 대만 문제를 중국 방식으로 처리하는 '하나의 중국(One China)' 원칙에 동의했다. 이후 우리 정부는 주요 외교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중국에 끌려다니다 시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천안함 사건은 한중 양국의 '기형적 관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한국에게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강조하며 경제적 실리확대에 주력하면서도 정작 천안함 사건과 같은 정치적 선택의 순간이 오면 전통적 혈맹(血盟)인 북한을 편드는 듯한 이중적 태도를 보였고 이에 우리 정부는 무기력하게 대응한 측면이 있었다.

여기에는 그동안 한국 정부가 원칙을 가지고 당당하게 대응하지 못한 책임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외교통상부 당국자들이 중국에 대해 '책임있는 대국(大國)'으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정면으로 거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비록 강대국이기는 하지만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과 같은 원칙을 토대로 당당하게 대응해야 양국간에 건강한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순택 외교안보연구원 연구부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도 국제법을 준수해야 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이므로 국제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면 따질 것은 따지면서 중국과 관계를 맺는 것이 앞으로의 양국관계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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