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권력 핵심인 호위사령부 출신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센터 소장은 고급 정보원을 인용해 “김정일이 12월16일 저녁 8시쯤 열차가 아닌 평양 관저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도 북한은 즉시 알리지 않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발표했다”며 “김정은도 김정일이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의 죽음을 빨리 발표하려고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김일성 주석 사망 발표일 이전에 김정일은 국가보위부와 사회안전부(현 인민보안성) 같은 보안기구를 총동원해 모든 외부 통신을 차단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 사망이 발표된 이날 중국 선양과 평양 사이에 11시54분까지 통화가 되지 않았으나, 중국 단둥과 평양 사이에는 오전 11시56분까지 통화가 이뤄졌다. 이 소장은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처럼 주도면밀하게 북한 안보기구를 장악하지 못한 증거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 건강에 이상신호가 포착된 것은 2008년 9월 초다. 그해 8월 중순 군부대 시찰을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김 위원장은 9월9일 정권수립 60주년 행사에도 얼굴을 보이지 않아 와병설이 증폭됐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은둔 80일 만인 그해 11월2일 김 위원장이 북한군 만경봉팀과 제비팀 간 축구경기를 관전했다고 보도했고, 당시 왼팔과 왼손이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사진으로 노출됐다.
2004년∼2009년 북한 매체들이 지난 17일 사망했다고 발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4년(왼쪽)부터 2009년까지의 모습. 얼굴과 체형에서 건강이 악화된 모습이 드러난다. 로이터연합뉴스 |
김 위원장은 뇌혈관 계통 이상에서 어느 정도 회복한 뒤에는 평소 즐겨 신던 키높이 구두 대신 공장·기업소를 현지지도할 때는 바닥이 편평한 신발을, 산악지역 군부대와 같은 험한 곳을 방문할 때는 밑바닥에 고무창을 붙인 운동화의 일종인 스니커즈를 신으며 건강에 신경을 썼다.
그는 2010년 8월 중국 동북지역을 방문하는 동안 두 차례나 야간열차를 이용해 이동하고, 올해 5월 말 다시 방중했을 때는 창춘에서 장쑤성 양저우까지 약 30시간을 쉬지 않고 달렸다. 일주일 동안 6000여㎞ 열차 이동을 감행한 것을 계기로 건강악화설은 쏙 들어갔다.
그러나 올해 8월 러시아 방문 당시 김 위원장은 3개월 전 중국 방문 당시 모습과는 다르게 인민복 점퍼가 작아 보일 정도로 배가 다시 볼록하게 나왔고, 불편했던 왼손은 어느 정도 사용했지만 왼발을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보은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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