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와 여수시는 2008년 이순신대교 교차로 공사에 파이프랙이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 한국산업단지공단을 통해 GS칼텍스에 이설을 요청했다. 성공적인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를 위해 도로 확장이 불가피하므로 도시계획선 내 매설된 이송관로 이설계획을 세워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파이프랙은 도시계획 도로 20m 내에 설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1998년 도로 지하에서 지상으로 끌어올릴 때 ‘산업 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산입법)에 따른 인허가 절차를 밟지 않았다. 동사무소에서 도로점용 허가를 받긴 했으나 허가권자 요청 시 설치자 부담으로 옮겨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파이프랙이 최종 제품을 출하하는 관로인 만큼 가동 중단 시 적잖은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지난해 7000억여원의 순이익을 낸 대기업의 행위로서는 무책임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한 파이프랙 설계 전문가는 “우회관로를 설치하는 등 방법으로 영업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술이 보편화해 있고, 파이프랙 1곳 이설 비용도 30억∼40억원이면 충분하다”면서 “무엇보다 GS칼텍스의 파이프랙이 도시계획도로 내에 편법으로 설치된 것이므로 공공 목적상 옮겨 달라고 요구하면 이설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GS칼텍스의 이송관로는 여수산단도로의 와이앤텍 정문∼낙포 1.1㎞ 구간에도 설치돼 있다. 이 구간은 시내로 들어가는 진입로다. 지금도 도로폭이 14m로 좁아 출퇴근 시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있는데, 이순신대교가 개통되면 통행량이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여수시는 이 구간을 도시계획대로 25m로 넓히기 위해 업체에 이설계획을 세울 것을 요청하는 공문까지 발송했으나 결국 포기한 채 20m로 결정했다. 도로변에 설치된 GS칼텍스 등 4개사 이송관로 17개를 모두 옮기려면 막대한 비용과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서다.
GS칼텍스의 관로는 17개 중 7개인데, 1개만 산입법으로 정식 허가를 받았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여수시 도로과는 도시계획도로 자체를 25m에서 20m로 줄이자는 공문을 도시계획과에 보내 의혹을 사고 있다.
이 지역의 한 인사는 “그 많은 이송관로를 바로 옮길 수 없으므로 중장기 계획을 세워 이설하는 게 옳긴 하지만 도시계획도로 자체를 축소하려는 건 편법 관로를 묵인해 주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박희준·신진호·조현일, 여수=류송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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