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 벌어진 희한한 상황을 놓고 나오는 말이다. 정부의 ‘기업프렌들리’ 정책과 GS칼텍스 등 대기업이 보인 행태를 대비시킨 것이다.
여수엑스포는 올해 주요 국가 행사 중 하나이다. 이순신대교를 신설하고 여수산단 도로를 확장하는 것도 이를 위해서다. 성공적인 국가 행사를 위해선 국민과 기업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오는 4월 개통되는 이순신대교로 여수를 찾는 관광객은 대형 원료이송 관로부터 감상해야 한다. 이어서 여수산단 도로에 들어서면 꽉 막힌 교통체증을 각오해야 할 것 같다.
지난 40여년간 무차별적으로 설치된 관로 탓이다. 여수대교 진출로에는 위압적인 관로 다발이 들어서 있다. 여수산단 도로 폭을 14m에서 25m로 확장하는 것도 여러 관로에 막혀 무산됐다. 두 사안 모두에 여수산단을 대표하는 기업인 GS칼텍스가 관련돼 있다.
GS칼텍스는 2008년 진출입로 부근 관로를 옮길 경우 25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면서 지자체의 이설 요구에 버티기로 일관했다. 지난해 초에는 25m 확장구간 내 관로 이설요청에 전상호 사장 명의로 공문을 보내 ‘3조원 손실’을 들먹였다. 듣는 이에 따라 ‘협박’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물론 석유화학 특화단지에서 원료이송 관로는 필수적인 시설이다. 관로 이설을 위해 공장가동을 멈춘다면 기업으로서나 국가적으로나 큰 손실이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GS칼텍스의 행태를 책임있는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GS칼텍스는 지난 40여년간 국가 산업단지에서 큰 혜택을 받아왔다. 공용물인 도로를 점용하면서 배짱을 부리는 건 적반하장격이다.
문제의 관로들을 단기간 내 이설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하지만 편법 상태를 언제까지나 그대로 놔둘 순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GS칼텍스는 지자체에 ‘3조원’ 운운할 게 아니라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자고 나섰어야 옳다.
광양만을 마주 보고 위치한 광양이 포스코시로 불린다면 여수시는 GS칼텍스시로 통한다. GS칼텍스가 여수산단과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그만큼 높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 위상에 걸맞은 책임까지 요구하는 건 무리일까.
박희준 특별기획취재팀장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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