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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12년차 전통구들로 테마마을 일냈죠”

입력 : 2012-01-13 00:58:48 수정 : 2012-01-13 00: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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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황토구들마을 김동하 이장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아궁이에 불을 지펴 삼시 세 끼 밥과 요리를 하고 방을 덮였습니다. 세계 어느 민족보다 불을 잘 다룰 줄 아는 셈이지요. 군불을 때는 아궁이와 전통 구들을 보면 우리 조상이 얼마나 지혜로웠는지 금세 알 수 있습니다.”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백옥포2리에 가면 황토구들 체험관이 있다. 체험관의 관리 책임자인 이 마을 김동하(44) 이장을 만났다. 덥수룩한 수염이 마치 오랫동안 수도한 도인 같으나 실은 12년 전에 귀촌한 서울 토박이 출신이다. 황토구들에 대한 설명이 예사롭지 않아 전직을 물었더니 ‘롯데호텔 면세사업팀’에서 기획과 직원 교육·훈련을 담당했었다고.

황토구들마을 김동하 이장이 서양 건축학자들도 탄복했다는 전통 구들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어릴 적 꿈이 전원 속에 라이브 카페를 차리고 농촌 휴양지를 운영하는 것이었습니다. 2000년에 장인 장모님, 처형·조카들과 함께 귀촌해 통나무를 이용해 음악실과 사랑방, 살림집 등 6채를 지었으나 이내 펜션 운영은 접고 머루 재배와 목수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씨가 마을 일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이장의 요청으로 마을 사무장 일을 맡으면서부터다. 전공(동국대 무역학과)과 직장 경력 때문인지 사무적인 일에 두각을 나타내자 농촌진흥청 전통테마마을 강원도협의회와 전국협의회 일도 보게 되고, 사단법인 해피700평창포럼 활동 등을 하며 차츰 평창에 정을 붙여갔다.

“귀촌 직후엔 서울 출신이라 지역 연고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 마실도 못 다닐 정도였습니다. 열심히 활동하다 보면 재미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역시 10년 이상 오래(?) 살다 보니 동네 사람들과 친해져 지금은 모두 친인척 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2010년엔 마을 어르신들이 제게 이장을 맡겨 3년째 봉사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논농사를 짓던 마을 주민들이 전통테마마을로 나선 데에는 김 이장의 역할이 컸다. 목수 일을 배우면서 우연히 접한 황토구들에 대해 공부하던 중 ‘마을 이미지 홍보’를 위해 낸 아이디어가 ‘황토구들 체험관’ 건립과 마을 애칭을 ‘황토구들마을’로 하는 제안이었다. 다행히 마을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추인받았다. 김 이장은 그 후 황토구들 체험관을 찾는 사람들을 상대로 ‘내 손으로 짓는 황토구들방’을 주제로 강의하고, 실습도 지도하고 있다. 특히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마솥 감자 구출기’(벽돌과 진흙을 이용해 가마솥을 거는 함실을 직접 만들어 감자나 고구마를 쪄 먹는 체험 놀이)는 인기가 대단하다.

“벽돌을 블록 삼아 불을 피워 음식을 해먹는 체험은 생활이자 즐거운 놀이이기 때문에 남녀노소 모두 좋아합니다. 어떤 체험이든 아이들은 보통 한두 시간쯤 되면 지겨워하는데, ‘가마솥 감자 구출기’는 서너 시간이 흘러도 마냥 즐거워합니다. 이 밖에도 활쏘기를 비롯해 황토 손도장 찍기, 잡곡 콜라주, 천연비누 만들기 등 체험놀이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구들문화까지 이해하게 됩니다.”

황토구들마을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물론 마을 주민들의 일치된 단합이 가장 큰 비결이지만 김 이장의 치밀한 손익계산서가 딱 들어맞은 것도 한 원인이다.

“농어촌 테마마을이 대부분 실패하는 것은 시골 분들이 의욕만 앞섰지 손익계산에 둔하기 때문입니다. 시설비 등 선투자비만 생각하고 이후 들어가는 냉·난방비용과 인건비 등 관리비는 계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황토구들마을은 손님이 올 때 장작만 때면 됩니다. 땔감은 체험장에서 나오는 부스러기를 사용하면 되고요.”

황토구들마을로 거듭난 이후 백옥포2리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마을에서 생산되는 기장·백태·조·수수 등 잡곡과 친환경으로 재배하는 브로콜리, 양배추, 고추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친환경모델마을·새농촌건설운동 시범마을로 지정돼 10억원 가까운 예산 지원도 받았다. 마을발전기금을 조성한 김 이장은 저온저장고와 전기지게차, 액비제조기, 탈곡기, 냉동탑차 등을 구입해 마을 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하게 하고 있다.

“아마 우리 마을 같이 단합이 잘되는 동네는 전국에서도 그리 흔치 않을 것입니다. 언젠가 마을이 발전하려면 토지가 필요할 것이라며 20∼30년 전에 땅을 사둔 마을 어르신들 덕분입니다. 해마다 두 번씩 느릅지기 국수도 해먹고 먹을 것이 있을 때마다 아낌없이 이웃과 나눠먹지요. 이러니 살맛이 안 나겠어요?”

평창=글·사진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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