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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청약… 값 폭락… ‘로또 신기루’ 결국 빚더미

입력 : 2012-02-06 23:16:52 수정 : 2012-02-06 23: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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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채무 경매물건 계속 증가
밀어내기 아파트가 ‘빚의 종착역’인 경매 시장에 속속 등장하는 것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건설사들은 비싼 값에 아파트를 팔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겨 분양가 상한제 도입 직전 고가에 분양 아파트를 쏟아냈다. 수요자들은 비싸지만 일단 사두면 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무리한 대출을 마다하지 않았다. 밀어내기 아파트의 재앙은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이다. 당시 밀어내기 분양을 했던 아파트 상당수가 고분양가였고, 대출비율도 매우 높았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과다채무형 경매물건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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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많은 아파트 속속 경매로

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7년 4분기와 2008년 1분기 사이 수도권에 공급된 아파트는 총 5만6395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공급된 1만8708가구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당시 공급이 급증했던 이유는 건설사들이 2008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앞두고 밀어내기 분양을 했거나 상한제 도입 직전 사전 승인을 받았던 물량을 대거 쏟아낸 때문이다. 이들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공급된 탓에 분양 물량 상당수가 주변 시세보다 비싼 고분양가로 평가됐던 곳들이다.

분양가는 곧장 계약자들의 채무로 이어졌다. 본지가 지지옥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당시 밀어내기 분양을 했던 아파트 중 경매로 나온 아파트는 137가구이며, 이들 아파트의 채무총액은 876억원에 달했다. 가구당 평균 6억4000여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들 경매 아파트의 총감정가는 693억원에 불과해 감정가보다 빚이 많은 과다 채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승표 지지옥션 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 이후 경매로 나온 아파트는 대개 다중채무 상태로 빚이 과다하다고 볼 수 있다”며 “채무자가 이자를 연체하는 등 빚을 감당할 수 없다고 채권자가 판단하면 집은 결국 경매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다채무 인과응보’ 계속된다

밀어내기 아파트 상당수가 과다 대출로 이자부담이 심각한 지경임에도 부동산 침체 탓에 거래가 안 돼 빚더미 집을 제때 처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앞날은 더욱 비관적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부동산경영과 교수는 “부동산 시장 침체 탓에 집을 팔려고 해도 팔 수가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우리 국민들이 예전처럼 아파트를 투자하면 수익이 나는 대상으로 여기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원래 가지고 있는 자산의 40∼50%까지 대출을 받아도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면 감당할 수 있지만 이제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해 빚더미 집을 처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밀어내기 분양을 받은 아파트 중 상당수가 올해 주택담보대출 거치 기간을 마치고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갚는 시기를 맞게 된다는 점도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 담보대출의 거치기간을 3년으로 잡고, 1억원을 빌렸을 경우 거치기간에 갚아야 하는 이자는 60만원 정도지만 원금 상환기간이 10년인 상황이라도 원금·이자를 동시에 갚는 시기가 오면 매달 130만원 정도는 갚아야 해 가계 입장에서는 부담이 배 이상 늘게 된다”며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많은 사람들이 설마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오랫동안 침체하겠느냐는 예상을 했는데 소득이 불확실해지고, 집값이 점점 하락하면서 서민 가계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착륙 위한 정부 정책 필요

장기화하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구들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돈 갚을 능력이 있는 이들에게 숨통을 틔워주고 자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계 부채 증가 속도를 줄이는 데만 집중해 금융권이 대출 옥죄기에 나선다면 자칫 제 발등을 찍는 꼴이 될 수 있고, 부채가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 등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위원은 “전체적으로는 낮은 경제성장률이라도 성장의 열매가 가계에 돌아갈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 정책으로 가계 소득을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돈을 갚을 수 있는 가계들을 선별해 대출하고, 대출도 오랜 기간 나눠 갚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과 이를 허용한 금융기관에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안별로 채무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어느 정도 시장 기능이 살아나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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