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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에 준 식량차관 꼭 돌려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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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3-16 20:21:40 수정 : 2012-03-16 20: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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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유연성 확대로 바뀌고 있다.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을 재개한 데 이어 정부 차원의 공식지원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남북관계의 정립을 위해서는 대북지원도 투명하게 실행돼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주장하는 허구적 인도주의나 민족공조의 사술적(詐術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순보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이런 가운데 올해 6월은 2000년 10월부터 2001년 1월까지 북한에 제공한 쌀 차관 583만4000여달러가 처음 상환되는 시기다. 일각에서는 이 금액의 실제 상환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북한의 으름장을 달래려 그들의 ‘현금지급기’ 노릇을 했던 행태에서 벗어나야 하며 대북지원을 보편적인 국제관계의 시각에서 재정립해야 한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두 정부는 대북 식량차관을 무상에 가깝게 제공해 ‘퍼주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실상의 무상지원을 제공하면서도 정부가 굳이 차관 형식을 내세웠던 까닭은 모니터링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함이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두 정부 시기 대북 식량차관으로 지원한 금액은 약 8728억원이다.

대북 식량차관의 상환조건은 10년 거치, 20년 상환, 이자율 연 1%로 사실상 무상에 가까웠다. 이로 인해 양곡관리 특별회계상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지원된 국내 쌀값과 국제가의 차액 2조1828억원의 손실은 애꿎은 우리 국민들 몫으로 돌아가게 생겼다. 차관 형식으로 제공했던 대북 식량지원은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 그것은 정상적인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과거에 제공했던 식량차관마저 우리 정부가 환수를 포기한다면 북한에 잘못된 학습효과를 줄 수도 있다.

지난 두 정부에서는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을 강조하는 대북 포용정책을 실행했다. 그러나 북한은 ‘화해’엔 별 관심이 없고 ‘협력’만을 강조하며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얻어갔다. 간헐적으로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빼내가려는 ‘작은 당근’에 지나지 않았다.

북한이 우리에게 들이댄 건 핵개발의 지속과 같은 ‘큰 채찍’이었다. 우리 정부가 과거 식량차관의 환수마저 포기한다면 북한정권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대남 강경책을 고수하면 한국은 버티지 못하고 기어들어 올 것’이라는 교훈을 그들에게 심어줄 것이다.

북한의 경제난 등으로 현금 상환이 어렵다면 현물 상환도 고려해 봄직하다. 예컨대 북한의 광물자원으로 환수하는 형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북한에는 희토류 광물자원이 다량 매장돼 있다고 한다. 인도주의적 대북지원에 북한이 ‘인도주의적 화답’을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북한이 인도주의를 내세운다면 그들 먼저 인도주의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최근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한 탈북자의 인권탄압이라든지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 및 교화소에서 자행되는 비인간적 대우 등을 먼저 시정해야 북한정권은 인도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다.

한국과의 인도주의적 교류로는 국군포로의 송환이나 납북자 송환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만의 일방적인 인도주의는 의미가 없으며 쌍방 간에 인도적 교류가 정착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북한이 주장하는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도 잘 부합할 것이다.

비단 식량차관의 환수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의 특수 관계로 규정하는 자세에서 탈피해야 한다.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의 특수 관계로 이해하면 북한 관련 도발이 발생할 때마다 대응 방식을 둘러싼 논란으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향후 우리는 남북관계를 보편적인 국제관계로 취급할 필요가 있다.

문순보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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