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자 낙인… 보복폭력 시달려
A(여)씨는 인터뷰 내내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기사를 보고 저라는 걸 알면 어쩌죠.” 꼭 감은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몇 년 전 대학 신입생이던 A씨는 학과 내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된 얼차려 등 폭력문화를 공론화시켰다가 일순간에 ‘배신자’로 전락했고 따돌림을 당해 결국 학교를 그만뒀다. 수차례 설득에도 A씨는 구체적인 상황이 기사화되는 것을 한사코 거부했다. 그는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는 아무도 제 과거를 몰라요. 평생 가슴에 묻어두고 싶어요”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었다.
조직 내 비리와 부조리를 공론화시킨 ‘내부고발자’들이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교묘한 보복폭력을 당해 도태되고, 외롭고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는 탓에 정상적인 사회생활마저 위협받고 있다. 수년이 흘렀지만 그 후유증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
내부고발자 9명을 심층 인터뷰한 논문 ‘한국사회 공익제보의 건강 영향에 관한 연구’(신광식 박사)에 따르면 이들은 “중첩적인 보복폭력에 대응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절망했다. 결국 조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재단 비리를 제보한 전직 교사 B씨는 “교사들 앞에서 ‘너 때문에 학교가 망하게 됐다’, ‘생계를 책임지라’는 폭언을 들었다”며 “동료들이 인사도 안 하고 식사도 같이 안 하며 따돌려 자진 사직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군비리를 고발한 군무원 C씨는 “‘군 내부 기밀인데 잠자코 있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며 “가족 모두 공포로 심한 불면증과 불안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신 박사는 “합리적 견제를 허용하지 않는 조직은 망한다”며 “내부고발자를 허용하지 않는 문화는 사회 곳곳에 암세포를 키우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김유나·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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