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갈등 논란에서 주목되는 인물은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다. 이번 북한 노동당 제4차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 12기 5차회의의 인사 개편에서 장성택은 권력기반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방위 부위원장 직을 유지한 4명 중 장성택을 제외한 3명(리용무·오극렬·김영춘)은 고령, 핵심권력 배제 등의 이유로 사실상 유명무실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장성택이 ‘국방위 제2위원장’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탈북자 A씨는 15일 “미사일 발사 실패 시인은 김정은의 사인(승인)이 없으면 할 수 없다”며 “이번 일로 가장 타격을 입을 사람이 김정은인데 김정은이 아버지 시대부터 준비해온 강성대국의 잔칫상을 뒤집어엎는 망신을 인정한 것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북한 내에서 미사일·핵 개발처럼 강경정책을 고집하는 군부와 같은 보수세력을 골탕먹이기 위해 이런 장난을 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라며 “북·미 2·29 합의 이후 일련의 과정을 보면 김정은이 제대로 정책을 조율하지 못하고, 섭정을 하고 있다는 장성택도 군부까지는 컨트롤하지 못하자 김정은을 그런 길(미사일 발사)로 인도한 군부에 장성택 세력이 일부러 망신을 주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일연구원 최진욱 기획조정실장도 “북한이 광명성 3호 발사에 실패한 것보다 실패를 시인한 것이 더 충격적”이라며 “굳이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발사를 위험부담을 안고 외신에 공개하려고 했고 실패 후에는 이를 공개하는 과정에 굉장한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2·29 합의에서부터 미사일 발사까지의 과정을 보면 북한 내 현재 컨트롤 타워가 없는 것 같다”며 “그래서 김정은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 (미사일 발사 유예와 미사일 발사라는) 서로 다른 카드를 쓰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장성택이 최고위 자리보다 약간 낮은 자리를 유지하며 가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확대해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광명성 3호 발사를 정치적 이벤트로 무리하게 준비하다가 실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청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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