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인척 비리 차단 제도 강화해야 대통령의 친형이 장맛비 속에 계란 세례를 받으며 전격 구속됐다. 분노와 부끄러움이 교차하는 가운데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대선자금 수사와 연결해 다가오는 대선 정국에 이용할 계산으로 바쁜 것 같다. 정권 말기만 되면 되풀이되는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비리는 국민을 상심하게 하고, 20·50클럽에 가입했다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에도 큰 망신을 주고 있다. 대통령의 형님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로비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는데, 정권 내내 ‘상왕’ ‘영일대군’ ‘만사형통’이라는 별명을 달고 다닐 정도로 막강한 배후권력을 행사해왔으니 사람들이 그를 가만히 두었겠는가. 그런 그가 서민의 마음을 그토록 아프고 저리게 만들었던 저축은행 부실사태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고, 여러 차례 수사선상에 오를 때마다 거짓말을 되풀이했다는 점에서도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 |
정권 말기만 되면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처럼 권력에 약하고, 정치권력을 악용해 경제적으로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에 대한 도덕적·윤리적 기강이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남이 하면 욕하면서도 막상 그 자리에 가면 똑같은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뻔뻔해지는 것도 이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친인척 비리가 어김없이 나타나는 이유일 것이다.
이제 대통령 친인척이 정권 말기나 교체 후에 비리로 구속되는 불행한 역사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측근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걸맞지 않은 지위를 제의하거나 과다한 금전적 보상을 주겠다고 하는 것, 아무런 이유 없이 용돈을 주는 것은 그 대상이 대통령의 친인척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까닭 없이 재물을 주는 사람 중 제 돈 아깝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나 그 일가친척이 존경을 받지는 못할망정 더 이상 얼굴을 들지 못하는 상황을 지난 다섯 번에 걸친 정권교체를 통해 충분히 배울 만큼 배우지 않았는가.
얼마 전 김두관 전 지사가 대통령에 출마하면서 자신의 동생을 아프리카로 보내겠다고 했다 한다. 만일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아프리카에 보낸 동생을 사람들이 가만히 두겠는가. 많은 사람이 그 나라로 몰려가서 대통령의 동생을 알현(?)하지 않겠는가.
대통령 친인척 비리의 근절은 스스로 보다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갖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이 모두 엄격한 윤리적 기준을 준수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친인척 비리 예방 기능과 사후 처벌이 강화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역부족이라면 경찰이나 검찰에서 상시 대통령 친인척 주변을 감시해 경고할 수 있는 예방제도를 시행하자. 그래도 발생한 비리에 대해서는 관련된 모든 인사를 가중처벌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 이렇게 해서라도 친인척 비리의 재발은 막아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 대통령이 될 사람과 그 주변 사람을 더욱 보호하는 방법일 것이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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