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부터 2차례에 걸쳐 진행된 불곰사업은 한국군에 미군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표준무기가 아닌 새로운 무기체계를 획득하는 기회가 됐다. 비록 일부는 후속 군수지원 등의 문제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지만 국산 무기 개발에는 많은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다.
불곰사업은 1991년 노태우 정부가 당시 소련과 수교를 목적으로 제공한 경제협력차관 14억7000만달러(약 1조6566억원) 가운데 일부에 해당하는 금액을 무기로 돌려받는 사업이다.
이때 들여온 무기 가운데 보병용 대전차 무기인 ‘메티스-M’ 대전차 미사일은 현재 군이 총 사업비 1조700억원을 들여 2015년까지 개발할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대전차 미사일은 1995년 1차 불곰사업 때 70기, 2003년 2차에 150기가 들어왔다. 이후 2006년까지는 미사일만 모두 9000여발이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사일 1발당 가격은 1700만원선으로 훈련탄과 고폭탄 가격이 비슷하다.
메티스-M은 사거리가 1.5㎞로 짧고, 반자동시선유도(SACLOS)라는 유선 유도방식을 채택, 발사 후 7∼8초간은 사수가 이동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보통의 전차가 미사일이 날아오면 이를 탐지해 바로 반격에 나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에게 발각될 경우 생존율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850㎜ 압연강판(RHA)을 뚫는 놀라운 관통력은 이런 단점을 상쇄시킬 만큼 강력하다. 13.8㎏의 미사일과 10㎏의 발사기를 보병 2명이 직접 운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성능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지난해 5월 육군이 2년간 시험발사한 결과 17발 가운데 10발이 빗나가거나 아예 터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파괴력은 훌륭하지만 발사 실패율이 60%를 초과하고 훈련중 사고 위험성까지 제기됐다. 결국 육군은 메티스-M의 사격훈련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군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방위사업청 등과 합동조사를 벌였지만 전기회로나 유도시스템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만 추정했을 뿐 정확한 원인은 규명하지 못했다. 제품 결함과 관리 소홀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다 그해 8월 국방부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당시 국방부는 자체 실시한 성능평가에서 전투예비탄약인 메티스-M 고폭탄 44발을 시험한 결과 93%인 41발이 정확하게 명중했다고 발표했다.
논란이 됐던 10년의 수명주기에 대해서도 “설계수명 10년이라는 것은 이 기한을 넘기면 못 쓴다는 의미는 아니며, 품질보증 책임도 러시아에 있다”고 해명했다. 이후 논란은 일단락됐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