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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이길여 가천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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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8-14 23:11:25 수정 : 2012-08-14 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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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가천대 2020년까지 10대 명문대 진입 목표”
그는 종종 ‘여자 정주영’이라 불린다. 뚝심을 갖고 도전과 개척을 통해 많은 실적을 이뤄냈다는 뜻에서다. 그런 덕분에 그는 올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를 움직이는 150인의 여성’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9일 만난 가천대 이길여 총장은 단정하면서도 젊은이 못지않은 활기와 열정이 넘쳤다. ‘유리알 같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깨끗하게 정돈된 집무실은 그의 곧고 깐깐한 성격을 짐작하게 했다. 그는 ‘죽기 살기가 아니라 죽기를 각오하고 경기에 임했다’는 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재범의 말을 화제로 올렸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열정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교육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4개 대학의 통합부터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에 선정된 소감을 시종일관 웃음 띤 얼굴로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국내 정치문제와 교육정책, 정치인과의 인연 등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특히 원로교육자로서 국내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표정이 역력하면서도 일절 입을 열지 않았다.

ㅡ의료인으로 시작해 지금은 대학을 인수·통합하는 교육자로도 우뚝 서 있다. 교육사업을 하게 된 동기는.

“내 삶을 의료인과 교육인으로 나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어려서부터 몸에 밴 게 교육이었다. 어머니께서 동네 아주머니와 아이들을 불러모아 끊임없이 가르치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교육자의 자세가 몸에 배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읽어주신 책을 다른 아이들에게 읽어줬고, 의사가 되어서도 환자가 없을 때는 간호사들에게 국문과 수학, 상업 등을 가르칠 정도였다.

1978년 국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종합병원을 낸 뒤 간호사를 조산사로 만드는 ‘수련의병원’을 겸했고, 병원이 커지면서 나 같은 의료인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 설립을 계획했다.

의사가 되고 싶었던 건 어렸을 때 동물이나 사람이 아픈 것에 대한 불쌍함이 들어 의사놀이를 하면서부터다. 됫박에 쌀을 넣어 환자의 아픈 곳에 대고 돌리면 회복되는 놀이를 즐겨했다. 그러던 중 전염병이 마을을 휩쓸고 가면서 수십명씩 죽어가는 것을 보며 ‘왜 죽어야 하는가. 절대로 저렇게 죽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의사에 대한 꿈이 구체화됐다.”

ㅡ국내 교육사에 유례가 없는 4개 대학의 통합을 이뤄냈다. 통합대학인 가천대 출범의 의미는.

“가천길재단은 국내 10대 명문대학 진입을 위해 쉼없이 노력해 왔다. 통합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통합으로 규모면에서 수도권 3위의 매머드급 대학이 됐으며, 의과대학·한의과대학·약학대학을 모두 갖춘 명실상부한 종합대학으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됐다.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질적인 성장으로도 명문대 진입이 가까워졌다. 인문·사회·자연과학, 공학, IT, 예술분야에 강점을 가진 성남 글로벌캠퍼스와 의학·약학·보건·생명과학분야가 특화된 인천 메디컬캠퍼스가 하나가 되면서 대입 경쟁률과 취업률도 올라갔고 학부생이 SCI에 등재된 세계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기에 이르렀다.

통합대학의 초대 총장으로서 발전과 노력에 더욱 탄력을 불어넣어 글로벌 명문대학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국내에는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대학서열이 있고 그 서열을 바꾸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학 통합 추진과정에서 교직원과 학생, 동문들의 열망과 눈빛을 보고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

ㅡ새로 출발한 가천대의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

“가천대는 2012년 대통합 원년을 준비하면서 지난해 미래위원회를 구성해 대학의 비전과 발전전략을 구상해 왔다. 80명이 넘는 교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게 연구했다. 2020년 국내 10대 명문대학으로 도약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명문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특성화 분야를 중심으로 한 초일류 글로벌 인재양성이 목표다.”

ㅡ글로벌 명문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은.

“글로벌 명문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특성화 전략이 필요한 데 이를 ‘G2’, ‘N3’라고 이름지었다. G2는 세계 최고수준의 연구역량을 갖는 2개 선도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특성화 전략이고, N3는 국내 최고수준을 지향하는 융합연구분야 육성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차세대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그동한 특성화를 추진해 온 바이오나노대학에서는 벌써 성과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연기예술학과를 신설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올해는 글로벌 경영대학을 새로 만들어 국제화시대를 이끌어갈 경영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이같이 앞으로도 시대변화에 빠르게 발맞춰서 새로운 교육과정을 발굴할 계획이다.”

ㅡ최근 경영대학을 경상대학에서 분리하고 글로벌경영학트랙 특성화 계획도 발표했는데, 그 배경과 주요 내용은.

“글로벌경영학트랙은 급속하게 변화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의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전문 경영인재 육성을 위한 것이다. 입학정원 100명으로, 2013학년도 입시부터 수시와 정시에서 신입생을 선발하며 3학년 1학기까지 공통교과목을 수강하고 3학년 2학기부터 재무금융전공과 인적자원관리(HRM) 전공, 마케팅전공분야로 나누어 특화교육을 하게 된다.

글로벌 경영환경에 적합한 전공 교과목으로 커리큘럼을 짜고 영어강의와 해외파견 프로그램을 확대해 전공지식은 물론 글로벌 마인드와 영어 구사능력을 높이도록 했다. 이를 위해 학문적 역량과 실무경력이 풍부하고 영어 구사능력이 뛰어난 우수교수 초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졸업학점 평균이 4.3 이상으로 미국 아이비리그 수준의 해외명문대 MBA 또는 대학원 석·박사과정에 진학하면 최대 3년까지 매년 미화 3만달러를 장학금으로 지원하고 현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면 대학에서 교수직 또는 전문직 채용을 보장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도 줄 계획이다.”

ㅡ최근 뉴스위크가 선정한 ‘2012년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50인’에 포함됐는데 소감은.

“평생을 의사와 교육자로 살아왔다. 그동안 환자를 따뜻하게 돌보고 학생들을 진정으로 대하며 박애와 봉사의 정신을 실천해온 점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 진실은 통하듯 내가 한 일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아지면서 우리 재단과 가천대의 기본이념인 ‘박애·봉사·애국’의 정신에 대한 사회적 공감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요즘 많은 분들이 나눔과 돌봄을 이야기한다. 나눔과 봉사의 정신은 앞으로도 더욱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도 이런 마음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 나가는 데 앞장설 계획이다. 유엔이 펼치는 의료봉사활동에도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우리의 작은 기여가 세상을 보다 살기 좋게 만들 것으로 확신한다.”

ㅡ국민을 위해 정치로 봉사할 생각은 없나.

“교육과 의료, 정치는 모두 중요한 일이다. 정계 입문에 대한 러브콜이 있었지만 나는 의료인이고 교육자니까 정치는 다른 분들이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ㅡ후학들에게 한마디해 달라.

“젊었을 때는 4시간 이상 잔 적이 없다. 나는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도 6·25전쟁에서 나를 대신해 피흘리며 희생의 길을 간 남자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살았다. 그 혜택으로 서울대 의과대에 들어갔다. 가천길재단이 뜻하는 대로 박애와 봉사, 애국의 이념이 사회를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계속 이어졌으면 한다.” 

대담=김환기 전국부장

정리=김영석 기자, 사진=이재문 기자

● 이길여 가천대 총장 약력

▲전북 군산 출생 ▲서울대 의대 졸업 ▲의료법인 길의료재단 설립 ▲재단법인 가천문화재단 설립 ▲경인일보 회장 ▲가천대 총장 ▲가천길재단 이사장 ▲대한민국 ‘가장 존경받는 경영인 상’수상 ▲여성신문사 주최 ‘올해의 인물상’ 수상 ▲뉴스위크 ‘2012 세계를 움직이는 여성 150인’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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