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운무에 싸인 ‘통일교 성지’는 평온하고도 엄숙했다. 산 중턱 ‘천정궁’은 웅장한 자태를 잠깐 숨겼고 그 아래 ‘청심국제병원’, ‘청심평화월드센터(체육관)’ 등 일부 건물만 고즈넉한 모습을 드러냈다. 문 총재가 이날 마지막 육신을 뉘였거나 성화식 기간 차례로 지날 곳들이다.
일반인을 위한 빈소가 차려지는 청심평화월드센터 주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10여명의 직원이 오가며 도로와 정원의 잡풀을 골라냈다. 표정은 차분해 보였다.
청심국제병원 로비에서 30여명의 환자가 약을 타거나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도 평소와 다름 없었다.
문선명 총재가 성화한 3일 경기도 가평 청심평화월드센터 앞에서 취재진이 통일교 관계자를 인터뷰하고 있다. 멀리 산 중턱에 천정궁이 보인다. 가평=허정호 기자 |
새벽 안개가 걷히고 성지 전체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통일교 내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통일교 관계자는 “주요 섭리기관 대표자들이 모이는 회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5일까지 사흘 동안은 조문객을 받지 않고 장례 준비만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세계 통일교 신도들은 각자 처소에서 특별정성을 들이는 것으로 예를 갖춘다.
문 총재가 모셔진 천정궁은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됐다. 내부에는 문 총재 가족 70여명과 장례 절차를 이끌 일부 핵심 관계자만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관계자는 “여사님(부인 한학자 총재)의 부름에 따라 자녀들이 차례로 총재님을 뵙고 기도를 올리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통일교 주요 인사들도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박보희 이사장 외에도 석준호 통일교 한국회장, 주동문 워싱턴타임스 이사장, 황선조 선문대 총장, ‘강한 대한민국 범국민운동본부’ 윤정로 중앙회장과 김민하 공동의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성화식 절차를 숙의했다.
오후가 되면서 빈소 마련을 위한 준비가 시작됐다. 현장 근로자는 “건물 주변에 100여명이 투입돼 청소를 하고 있다”며 “가슴 아픈 일이지만 먼 곳에서 오실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주청평수련원에서 수련 중이던 신도들은 비통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탈리아 출신 엘리자베타 발고이(18·여)는 “정신적 지주를 잃었다”고 말했고, 스웨덴 출신 안나 리베티(19·여)는 “지금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울먹였다. 일부 신도들은 통행이 가로막힌 천정궁 정문 밖에서 안쪽을 한참 쳐다보고는 절을 하고 기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통일교 안호열 대외협력실장은 “신도들이 많이 놀라고 긴장하고 있는 상태”라며 “품위와 격식에 맞게 성화식을 거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참배기간 방문객들에게 (문 총재의) 성체가 보이도록 할 계획”이라며 “고 김수환 추기경처럼 유리관을 사용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통일교는 일본에서 약 3만명, 국내에서 15만명 내외의 참배객이 가평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빈소가 차려지는 청심평화월드센터는 국내 최대 실내 복합문화시설로 알려져 있다.
가평=조현일·박영준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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