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명·한학자 총재 내외가 2000년 8월19일 미국 종교 지도자들에게서 기념물을 증정받고 있다. |
신학적으로 ‘어머니 메시아(Messiah as Mother)’란 ‘아버지 메시아(Messiah as Father)’에 대한 저항적이거나 대립적인 물음이 결코 아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란 개념은 결코 저항이나 대립적인 관계를 내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성육신으로서의 메시아 사역에서 ‘하나님의 형상(Image of God)’을 닮아 지음받은 여성은 왜 배제되어 동참할 수 없는지에 대한 신학적 물음을 함의하고 있다. 즉 ‘어머니 메시아’는 메시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조명하려는 신학의 협력적 물음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통일교의 ‘참어머니 메시아’ 이해에서 구하고자 한다.
통일교는 창세기 1장 27절에 나타난 ‘하나님의 형상’을 ‘하나님의 이성성상(二性性相)’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이는 창조주 하나님이 양성(陽性)과 음성(陰性)의 이성(二性), 곧 남성격과 여성격을 속성으로 지닌 분임을 설명하는 교의적인 개념이다. 통일교는 하나님의 양성과 음성의 이성성상, 곧 남성격과 여성격은 하나님의 내부 속성으로서 어떻게 상호 관계성을 갖는가에 대한 물음에 중화(中和)로써 응답하고 있다. 중화란 대립이나 투쟁이 아니라 남성격과 여성격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원리를 담지하고 있다. 따라서 남성격과 여성격은 그 우위를 가릴 수 없으며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속성으로서 서로 대립되는 관계가 아니라 상보적 관계라고 본다.
통일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은 결과적으로 남성격과 여성격을 함께 지니므로 이성(二性)을 소유한다고 볼 수 있다. 창조주 하나님의 속성인 남성격(양성)과 여성격(음성)은 그의 창조물 가운데 실체적으로 형상화된다. 하나님의 양성의 실체로 창조된 자녀가 남성이며, 음성의 실체로 창조된 자녀가 여성이라고 요약해 볼 수 있다.
통일교는 부모로서의 하나님이 인간을 자녀로서 창조한 것은 하나님의 창조이상(理想)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함으로써 그 목적을 밝히고 있다. 창조목적(創造目的)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이상은 바로 지상천국을 건설하는 데 있다. 지상천국인 하나님 나라는 어떻게 시작될 수 있는가. 통일교는 기본적으로 가정을 기반으로 할 때 가능하다고 본다. 하나님의 이러한 창조이상은 한마디로 ‘참부모 이상(理想)’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 스스로가 인간의 부모로서 남성격과 여성격이 중화를 이루듯이 자녀 된 인간도 가정을 통해서 실체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하나님의 참된 부모성(父母性)을 닮아가도록 바란다고 이해한다. 다시 말하자면 참부모 이상이란 하나님을 가정의 중심으로 모시면서 한 남성과 여성이 창조목적에 부합된 선(善)한 가정을 구현하는 것이다.
통일교가 말하는 ‘참부모 이상’이 우선 기본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부모로서의 하나님과 한 남성(하나님의 남성격 실체), 한 여성(하나님의 여성격 실체)이라는 3위(三位)가 설정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3위가 하나님을 중심으로 일체가 될 때 비로소 하나님의 창조목적에 부합된 이상적 가정이 지상에 구현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가 마련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통일교는 인간 조상인 아담과 해와가 하나님의 양성과 음성의 이성성상을 대표하는 남성과 여성으로서 창조목적을 이룬 가정을 통하여 하나님의 이상적인 사랑의 모델이 되며, 타락하지 않은 인간 조상으로서 후대에 걸쳐 참부모의 이상을 보여주어야 했다고 본다. 만일 그들이 타락하지 않고 완성하여 하나님을 중심한 참부모의 실체가 되었다면 그들의 가정을 모델로 하여 후손들도 하나님을 중심한 사랑의 선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아담과 해와가 타락함으로써 삼위(三位) 가운데 중심으로 자리 잡아야 할 하나님의 위치는 악의 실체인 사탄이 차지하게 되어 그의 후손들도 역시 사탄을 중심한 가정과 타락한 인간사회를 이루어 놓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는 것이 통일교의 입장이다.
문선명·한학자 총재 내외가 지난 7월16일 ‘아벨여성유엔’ 창립을 선포하고 있다. |
하나님의 구원사, 곧 복귀섭리는 하나님을 중심으로 참부모 이상을 완성한 아담과 해와를 통하여 하나님 나라를 지상에 세우고자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교에서는 이러한 후아담으로 온 예수의 사명은 지금까지 지상에 이루어지지 않은 참부모 이상을 가정을 통해서 실체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통일교에서 말하는 삼위(三位)와 일체(一體)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부모 되는 하나님이 구원의 역사 가운데 자녀 된 인간과 어떻게 관계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존재방식이 예수를 통하여 구원사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통일교는 하나님에 대한 초월적 이해를 넘어서 실체적이며 구체적인 현실에서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재해석한다고 볼 수 있다.
예수는 그를 찾아온 유대관원 니고데모에게 성신 곧 성령으로 중생(重生)하지 않으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한다(요 3:1-5). 중생이란 타락인간이 다시 거듭 태어나야 함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인간 조상의 타락으로 인하여 원죄를 지니게 된 인간은 그 원죄를 청산하여 하나님과 단절된 참된 자녀로서의 인연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통일교는 하나님의 복귀섭리에서 타락한 인간을 하나님의 참된 자녀로 거듭 태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타락인간을 다시 참된 자녀로 낳아주는 참부모 메시아의 역할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고 이해한다. 『원리강론』에 의하면, “아버지 혼자서 어떻게 자녀를 낳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타락한 자녀들을 선의 자녀로 다시 낳아 주시기 위하여는 참아버지와 함께 참어머니도 계셔야 하는 것이다. 죄악(罪惡)의 자녀들을 다시 낳아 주시기 위하여 그 참어머니로 오신 분이 바로 성신(聖神)이시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니고데모에게 성신으로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 3:5)고 말씀하셨던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통일교에서는 참부모 이상을 근거로 한 중생의 논리로부터 여성격으로서의 성신 곧 성령을 도출해 내고 있다.
결국 성서에 나타난 예수와의 연관성을 통해서 타락인간을 다시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나게 하는 성신 곧 성령은 생명의 창조과정에서 반드시 요청되는 모성적 여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통일교는 하나님의 남성격이 실체적으로 예수를 통해서 나타난 것처럼 하나님의 여성격 또한 실체적으로 지상에 나타나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예수가 가정을 이루지 못한 채 십자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어 실체적으로 여성격으로서의 성신 곧 성령이 이 지상에 나타나지 못하였다고 본다.
통일교에서 하나님의 복귀섭리는 타락인간의 영육(靈肉) 아우른 구원을 위하여 실체적인 참부모의 이상이 지상에 이루어져야 한다. 통일교는 예수의 십자가 죽음으로 인하여 이는 완성되지 못하고 결국 타락인간의 영적 구원 곧 영적 중생만 가능한 길이 열렸다고 이해한다. 따라서 통일교는 예수의 재림을 영육 아우른 구원을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성서에 나타난 성신 곧 성령은 ‘하나님의 구속적 활동’의 사역으로서 모성적인 여성격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성신 곧 성령의 사역은 위로와 감동을 주는 은혜를 베풀고 있다. 성서 속의 성신 곧 성령은 기독교인을 위로하고 양육하는 모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사도행전 9장 31절 “온 유대와 갈릴리와 사마리아 교회가 평안하여 든든히 서 가고 주를 경외함과 성령의 위로로 진행하여 수가 더 많아지니라”와 같이 성신 곧 성령은 모성적 위로를 통하여 교회의 구성원들을 하나님의 자녀로서 이끌어 나가며 성장을 촉구하기도 한다.
한학자 총재가 1995년 미국을 방문해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현대 기독교 신학이 그동안 중성격으로 이해하여 온 성신 곧 성령을 여성격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는 신학적 작업을 전개하여 나왔다. 그러나 여성격으로 성신 곧 성령을 이해하는 통일교의 관점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를 요약해 보자면, 통일교에서 여성격으로서의 성신 곧 성령은 참부모 메시아로서의 사역을 위하여, 지상에 실체적인 성신 곧 실체적인 참어머니 메시아가 복귀섭리역사 속에서 재림 예수인 참아버지 메시아와 함께 타락인간을 구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독교와 분명한 차이를 나타낸다.
참어머니 메시아는 실체 성령·성신
통일교 신학에서 재림 예수를 하나님의 남성격으로서, 하나님의 성자(聖子)이며 타락인간의 중생을 위한 참아버지 메시아라고 이해한다. 그렇다면 통일교 신학에서 재림 예수와 함께 참부모 메시아의 역할을 담당할 실체적인 성령 곧 실체 성신을 하나님의 여성격으로서, 하나님의 성녀(聖女)며 타락인간의 중생을 위한 참어머니 메시아라고 말할 수 있다.
기독교 여성신학은 신앙공동체의 성숙을 위한 신학적 성찰을 통하여 성서를 양성평등의 시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복음의 진정한 메시지를 발견하고, 왜곡된 부분을 회복하고자 전개되는 신앙적 물음과 응답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기독교 여성신학은 기존의 남성 중심의 성서 해석과 그에 따른 교회의 운영 및 신앙적 실천 내용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하여, 성서에 대한 올곧은 이해와 실천을 도모하려는 신앙적 성숙의 결과이기도 하다. 신학자인 존 캅(John Cobb)은 “여성신학은 기독교 신학의 미래를 위하여 현대의 가장 중요한 소리이며, 만약 교회가 여성신학이 주는 이러한 새로운 계시와 지혜를 외면한다면 교회의 미래는 암담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한학자 총재는 천주평화연합(UPF) 창립을 기념해 2005년 10월16일부터 12월24일까지 세계순회대회를 주관했다. UPF는 “제 구실을 못하는 유엔을 대체할 새 평화기구가 필요하다”는 문선명 총재의 주창에 따라 출범했다. 자료사진 |
‘어머니 메시아’에 대한 물음 또한 양성평등의 기본적 입장이 전제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종교 속에 내재된 여성의 가치를 새로운 인식의 차원으로 조망하려는 신학적 물음이다. 문화에 깊숙이 뿌리내린 종교의 남성적 표상은 남성 지배의 문화가 올바른 것으로 느껴지도록 구조화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통일교의 ‘참어머니 메시아’ 이해는 남성 중심의 종교적 표상으로 초래된 성차별의 문제를 수정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고 본다. 우선 이성성상으로 존재하는 하나님의 형상을 통해서 여성에게 있는 하나님의 신성을 되찾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메시아를 통해 실현된 이상적 인간상에서 그동안 배제됐던 여성격이 회복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통일교가 말하는 메시아는 하나님의 신성이 온전히 실현된 창조본연의 남성과 여성이며, 그 중생의 사역은 부모성(父母性)을 수반하므로 여성도 남성과 더불어 가치 있는 존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하여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차별받으며 억압받는 약자였던 것이 사실이다. 비인간화된 여성은 하나님의 신성을 지닌 한 인격체로서 이상적인 인간의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는 존재다. 통일교의 ‘참어머니 메시아’ 이해는 여성이 존엄한 인격체로 설 수 있는 신학적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현대적 의의가 있다.
통일교의 ‘참어머니 메시아’ 이해에 나타난 성신 곧 성령은 여성격으로서 예수에 종속된 대상이 아니며 동역자로서 메시아 사역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공동사역을 펼쳐나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교의 참어머니 메시아 이해는 여성의 공적인 목회사역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동역자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예수가 십자가 죽음을 맞이하기 전, 그의 제자들과 함께 한 성찬식의 기원이 되는 최후의 만찬은 남성들만 함께한 나눔의 잔치가 아니었다. 예수를 위하여 그 만찬은 누가 준비하였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예수의 제자가 모두 남성이라는 편견은 여성으로서 공적인 목회사역에 동참하는 것에 많은 제한을 두어왔다. 성서에 나타난 예수가 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사역자의 정신은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하여 성차별을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도 포함된다. 이를 통하여 여성에게 성직권한을 위임하고 여성목회를 전개해 나가는 일부 개신교도 있다. 예수가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적인 삶으로 승화해 나가듯이, 기독교 신학자는 로고스가 여성 안에서 체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여성에게 열린 목회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 교회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척도임을 인식하게 하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여성목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목회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 ‘구분 짓기’를 넘어 ‘관계 짓기’를 통한 협력, 화합, 조화를 간구하는 교회의 불가피한 변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독교의 새로움을 추구해 온 통일교의 ‘참어머니 메시아’ 이해는 무엇보다 기독교의 메시아 이해가 지닌 한계를 분명히 넘어서는 신학적인 대안을 담지하고 있다.
문선영 선문대 교양학부 교수·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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