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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는 순수 아닌 통속소설 노벨상감은 아니다”

입력 : 2012-10-17 22:15:16 수정 : 2012-10-17 22: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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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실 경희대 교수 주장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는 순수소설이 아닌 전형적인 통속소설이다.”

지난 5일 연세대에서 열린 ‘제566돌 한글날 기념 제4회 집현전 학술대회’에서 최혜실(사진)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엄마를 부탁해는 분명 통속소설인데 이것을 노벨문학상감이라고 하니 망신을 당하는 것”이라며 “통속소설을 순수소설이라고 주장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한글 문학과 문화콘텐츠’라는 주제로 발표를 맡은 최 교수는 먼저 엄마를 부탁해를 둘러싼 상반된 비평들을 소개했다. 엄마를 부탁해 영역본은 국내 최초로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21위에 오르며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앞장섰던 작품. 영역본 서평에는 ‘너무 아름답고 슬퍼서 잊히지 않을 정도의 여백이 있는 신경숙의 작품은 화자를 계속 옮겨가며 놀라울 만큼 속도감 있게 슬픔을 표현했다’는 극찬이 달렸다. 이에 반해 모린 코리건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국의 문학 장르 중 교묘하게 눈물을 짜내는 언니 취향의 멜로 드라마”라며 “김치 냄새 나는 크리넥스 소설이 주는 값싼 위로에 기대지 말라”고 혹평했다.

최 교수는 이렇듯 상반된 비평이 모두 일리 있다고 말한다. 엄마를 부탁해는 통속소설의 관점에서는 훌륭한 작품이지만 순수문학의 관점에서는 평가 절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엄마를 부탁해는 보편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스토리텔링 가운데 하나인 고향 회귀와 주술형(위로형)이 결합한 작품”이라며 “외부상황이 어려울 때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하는 퇴행심리와 생각대로 모든 것이 이뤄진다는 주술형 이야기로 위로받고 싶은 세계인들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또한 번역돼도 분위기나 뉘앙스가 별로 손상되지 않을 만큼 한국적 특수성이 추상화된 작품이라고 분석했다. “이 작품은 궁벽한 한국의 시골을 그리면서도 토속적인 전라도 사투리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직접화법보다는 간접화법이 많은 것도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들이 한국의 지역색을 상실한 채 추상화돼 있는 것은 동양인이지만 외모나 율동이 서구적이고 대중적인 팝스타를 닮아있는 K-팝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확고한 사회윤리와 도덕에 입각해 있다는 점에서 통속소설의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다. “엄마를 부탁해는 서양인이 갖고 있는 선입견 중 하나인 희생하는 동양 여성의 이미지와 우리가 기대하는 전형적인 어머니상을 고전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이는 정확한 현실을 날카롭게 제시하는 ‘불편한 진실’이 아니라 예술을 통해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대중 심리에 슬쩍 기대고 있는 것이다.”

최 교수는 그러나 결론적으로, 엄마를 부탁해 같은 통속소설이 가진 콘텐츠의 힘을 배경으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문학의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 다양한 통속소설로 세계 시장에서 일본 문학의 인지도를 높이는 과정이 있었다. 한국 역시 통속소설로 한국 소설을 알린 다음 순수소설로 문학성을 인정받는 수순이 필요하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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