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선에서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네거티브 사례들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팽팽한 3자 정립 구도로 대선 판도가 짜이면서 각 후보 진영은 네거티브 대응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책 검증보다 후보의 이미지 경쟁 위주로 흐르다 보니 상대 후보 흠집내기식 공격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와 안 후보에 대해 도덕성 문제를 집중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박 후보의 ‘과거사’, 동생 박지만씨 부부의 비리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네거티브 선거전의 파장을 줄이기 위해서는 세 후보가 참여하는 각종 정책 토론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후보 정책, 가치관, 국가관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 기회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역대 대선에서 네거티브 효과가 작지 않았던 만큼 각 후보마다 비공개·점조직식으로 네거티브에 대응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는 정치쇄신특별위원회의 친인척 및 측근비리근절소위원회가 후보 주변에 대한 검증과 단속을, 공보단이 대외적인 대응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를 통해 야권 후보에 대한 융단폭격성 검증을 진행했다. 이들이 제기한 문제는 대부분 외부에서 자발적으로 제공되는 정보와 후보 본인의 자서전, 과거 발언, 공개된 신상정보 등을 분석한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24일 기자회견을 갖고 주장한 안랩 주가 급등과 안 후보의 시세차익 논란도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당내에서도 이미 공개된 자료가 대부분이라 상대 후보를 휘청거리게 할 ‘대박’ 폭로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박 후보의 역사인식, 정수장학회 문제 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라디오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와 관계가 없다’고 하는 주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BBK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 무엇이 다르냐”고 말했다. 당초 이번 국감에서 민주당이 박 후보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와 관련한 비리 의혹을 터뜨릴 것이라는 설이 나돌았으나, 기존에 알려진 저축은행 고문변호사 활동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네거티브 대응은 당 기획본부 산하 신속대응팀이 맡고 있다. 법률지원단도 대선체제에 대응해 변호사와 법대 출신 당직자들이 포진해 각종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법률 대응을 상시 검토하고 있다.
‘새정치’를 내세운 안철수 후보 측은 박 후보나 문 후보의 과거 행적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안 후보를 향한 공세가 쏟아지는 만큼 금태섭 상황실장을 중심으로 상황실이 네거티브 대응을 전담하고 있다. ‘진실의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북을 개설해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구태정치론’으로 역공을 취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정치테마주 관련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좌측부터 조원진, 강석훈, 박민식, 유일호 의원. 연합뉴스 |
언론단체와 방송사 등은 후보의 정책·인물 검증 차원에서 토론회를 기획, 섭외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세 후보가 후보 확정 후 토론회에 참석한 적은 없다. 관훈클럽,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클럽뿐 아니라 각 공중파 방송도 후보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으나 세 후보 측에서 모두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문, 안 후보가 야권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후보 단일화 결과를 지켜본 뒤 토론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안 후보 측은 박 후보의 참가 여부가 우선적으로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협회 관계자는 “세 후보 간 지지율 경쟁이 치열한 만큼 토론회 참석을 둘러싼 눈치 보기도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책과 후보의 도덕성, 리더십 문제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는 토론 자리는 피하는 대신 후보 이미지, 공약을 일방적으로 ‘홍보’할 현장 방문 일정에 치중하고 있는 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제18대 대선 예비후보자 6명의 10대 핵심공약과 정책의제에 대한 입장을 홈페이지 등에 공개했다. 대부분 발표된 내용인 데다 공약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아 ‘검증’에는 부족하다는 평이다.
박성준·나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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