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선 ‘캐스팅 보트’ 역할해온
충청 민심 잡기 유리한 고지 선점
“보수색 강화로 득보다 실” 지적도
선진 일부 반발… 이회창 “안타깝다”
호남·非盧 인사 등 영입 공들여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25일 합당은 야권 단일화에 맞서 보수세력의 단일 대오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충청권에 기반을 둔 선진당과의 합당은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지역의 판세를 유리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영호남에 비해 유동층이 많은 충청지역에서 누가 승기를 잡느냐가 이번 대선에서도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선후보는 최근 중도층으로의 확장 전략에서 별 성과를 보지 못하고, 과거사 공세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위기를 맞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선진당과의 합당이 전통적 지지층인 보수세력을 결집해 이런 국면을 돌파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날 선진당이 새누리당과의 합당을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합당을 선언한 것은 그만큼 박 후보 측의 위기의식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더욱이 전통적인 텃밭인 부산·경남 지역의 민심이 예전만 못해 충청 민심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충청권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25만6286표 차이로 이겼다. 두 후보의 전체 표차가 약 57만표였다는 점에서 충청권 승리가 대선 결과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양당 원내대표가 이날 충청권 과학비즈니스벨트 정부투자 규모의 획기적 확대 등 7대 지역정책을 실천키로 합의한 것도 지역 표심을 겨냥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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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맞잡은 새누리·선진 “우리는 한식구”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선진통일당 이인제 대표, 염홍철 대전시장(오른쪽부터)이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합당 발표 기자회견을 한 뒤 손을 엇갈려 잡고 있다. 이제원 기자 |
하지만 합당이 박 후보에게 전체적으로 득보다 실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선진당이 지역정당의 기반을 사실상 상실했고 박 후보가 이미 충청권 보수층을 충분히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라 효과는 작은 반면, 보수 색채의 강화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치아카데미 김만흠 원장은 “새누리당이 1% 내외의 지지율에 대선후보도 못낸 당과 합친 것은 (박 후보의) 미래를 향한 외연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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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안철수 후보 부인 한자리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오른쪽)가 25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12 간호정책선포식에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나란히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
새누리당 내부에서 ‘플러스 알파’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주춤하고 있는 국민대통합 드라이브를 걸어 민주화운동 출신과 호남 인사의 추가 영입이 추진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통합당 내 비노(비노무현) 인사의 입당이 있을 것이란 기대도 존재한다. 당 관계자는 “외부 인사의 영입을 확대하고 경제민주화 등의 정책을 적극 홍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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