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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우리 안의 폭력’] “갈등, 건설적 발전 기회 여겨야 숨기고 억압하면 폭력으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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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0-30 17:47:40 수정 : 2012-10-30 17: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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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창희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기업 해결프로그램 도입 절실
학교폭력 ‘또래 조정’ 효과적
원창희(56·사진) 한국기술교육대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30일 “갈등이 항상 폭력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면서 “갈등을 무조건 숨기고 억압하기보다는 이를 제대로 표출하고 해결할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도만 제대로 갖춰지면 갈등이 폭력이나 분쟁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고 오히려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기업·학교 등 조직에서 폭력과 대립이 은폐되는 건 갈등이 대외적 이미지를 손상하는 측면만 생각하고, 조직의 생산성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정확한 인식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우선 갈등이 어떠한 경우에 ‘폭력’으로 전환하는가를 목적과 수단을 기준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목적이 개인 간 혹은 집단 사이에서 상충한다면 갈등을 피할 수는 없지만, 목표가 같다면 해소의 여지는 남아 있는 셈이다.

원 교수는 “목적이 서로 상충하는 경우에 갈등을 힘으로 해결하려 들면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갈등을 조직이 건설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이를 위해 의견 차이를 조율하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기업과 학교 등 각종 조직 내에 갈등 해결을 위한 특별부서를 설치하거나 전문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일부 기업에 설치된 갈등해결프로그램이나 영국, 스웨덴 등 유럽에서 시행하고 있는 옴부즈맨제도를 참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갈등관리는 폭력방지 목적을 위해 기업뿐만 아니라 학교 등 다른 영역에도 확산하고 있다. 원 교수는 “폭력은 참을 수 없는 스트레스에 대한 인간의 반응”이라면서 “폭력의 전조 현상인 스트레스, 적개심, 긴장을 감지하고 완화하는 데 조직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예컨대 학교 내부에 폭력예방팀을 설치하거나 외부의 폭력 전문조정팀을 초빙하는 방안도 있다.

원 교수는 학교의 경우에는 무엇보다 ‘또래 조정(peer mediation)’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또래 조정은 상급자가 아닌 동료나 친구가 대립관계를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당사자인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교사나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기 때문에 다른 제도보다 더욱 활발히 이용될 수 있다”며 “성공적으로 또래 조정프로그램을 도입한 학교는 학급분위기가 좋아지는 현상과 더불어 학교폭력과 결석률이 줄고 성적이 향상되는 성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또래 조정 제도와 일본의 학생상담원제도가 학교폭력 예방의 좋은 본보기다.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조직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교수는 “상대방과 대화할 때 서로 존중하고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는 자세와 훈련이 필요하다”면서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문화가 전혀 없는 한국적 교육현실에 대한 개선방안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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