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에 대한 곽씨의 ‘집착’은 첫 시집 ‘검은 고양이 흰 개’(2008)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불한당들의 모험’이란 제목으로 12편의 연작시를 실었으며 이번에 13번부터 48번까지를 추가해 모험담을 완성했다. 시인이 불한당을 통해 들려주고 싶은 것은 도대체 뭘까.
“별자리가 바뀌고 새들도 돌아오고/ 잎사귀도 다시 피었는데/ 오늘 나는 아직도 겨울을 걷는 중이야.”(‘불한당들의 모험 31’ 중에서)
“더 이상 걸어갈 땅이 없는 이곳에서 나는 당신을 그렸다/ 당신은 삶이 멈춘다면/ 여기까지구나라고 한댔지/ 그 음절은 바람만큼이나 슬펐고 세상의 보풀을 느끼게 했다.”(‘불한당들의 모험 48’ 중에서)
읽어보니 뭐, 불한당이라고 해서 흉악범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늘 잘못을 저지르고 그래서 죄책감에 시달리는 우리 모두가 실은 불한당 아닐까. 곽씨의 시는 눈·얼음·빙하 등 ‘차가움’과 관련된 시어가 유독 많다.
아마도 ‘모험’ 하면 떠오르는 고되고 힘든 이미지를 창조하기 위한 선택일 게다. 긴 모험을 끝낸 시인과 난로 곁에 나란히 앉아 두런두런 무용담을 나누고 싶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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