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도 재해구조만 파견” ‘작은 일본’을 주장한 이시바시 단잔(石橋湛山·1884∼1973) 전 총리의 주치의였던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사진) 성로가국제병원 이사장이 영토 갈등이 격화되고 ‘국방군 창설’을 추진하는 자민당이 재집권한 지금이야말로 ‘작은 일본’을 실현할 때라고 주장해 이목을 끌고 있다.
이시바시 단장은 일본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언론인이자 전 총리로 야스쿠니신사 폐지를 주장하고 일제가 조선과 만주, 대만 등으로 세력을 확산할 때 이를 비판하며 ‘대일본주의’를 반대했다. 히노하라는 일본 최초로 민간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예방의학 등으로 문화훈장을 수훈한 바 있다.
히노하라 이사장은 24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본래 일본 영토는 홋카이도와 혼슈(本州), 시코쿠(四國), 규슈의 본토뿐이었고 다른 영토는 청일·러일전쟁 등을 통해 얻은 것이며 오키나와도 원래 류큐왕국을 접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를 먼저 인식하고 독도와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북방 4개섬 문제를 재검토하면 어떻겠는가”라고 ‘작은 일본’을 제안했다.
그는 “(일본이 주변국과) 싸우는 것은 해저자원 때문일 것”이라며 “(영유권 조정에) 모호함이 남겠지만 한·일 및 중·일 경계 근처의 자원은 일본이 기술을 제공해 공동개발하고 이익을 반반 나누면 된다”고 나름의 해법도 제시했다. 그러니 독도 등에 영유권을 주장하지 말자는 얘기다.
히노하라는 “자위대는 재해구조를 위해 해외에 파견하는 등 전수방위에 철저해야 한다”며 “일본이 군비를 완전히 없애면 어느 나라가 우리를 공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배타적 민족주의에 대해선 “일본도 다민족 국가가 되는 게 필요하다”며 “민족의 갑옷을 벗고 알몸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히노하라는 이시바시가 총리 재직 중 뇌경색으로 쓰러져 성로가병원에 입원했을 때 주치의였다. 그는 이시바시가 총리 복귀까지 2개월이 걸린다는 자신의 말에 “총리가 4주간 각의에 나갈 수 없다면 자격이 없다”며 사직했다고 전했다.
이시바시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를 물리치고 총리가 됐지만 얼마 후 뇌경색으로 사직했고 기시가 그 뒤를 이었다.
도쿄=김용출 특파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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