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사교육비 부담 더는 공교육 정상화
내년부터 달라질 대표적인 교육정책은 대입제도 개선이다. 박 당선인은 2013학년도 기준으로 3186개에 이르는 대입 전형을 대폭 줄이고 전형 요소별 반영비율도 간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수시모집은 학교생활기록부 또는 논술시험 위주로, 정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로 단순화하기로 했다. 수능과 논술시험은 교과서 중심으로 출제하고 ‘선발기준이 뭐냐’는 비판을 받았던 입학사정관 전형도 학교생활 충실도를 적극 반영하는 쪽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학들이 입학전형을 변경할 때에는 3년 전에 예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대학마다 서로 다른 지원서 양식을 통일해 한 번 원서를 작성하면 모든 대입 지원이 완결되는 공통원서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입제도 개편에는 생각할 점도 많다.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대 이기정 교수는 “정부가 강제로 입학전형 개수를 줄이면 대학마다 뽑고자 하는 인재 유형에 맞게 설계된 선발 방식을 천편일률화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잦은 입시제도 개편을 혼란스러워하는 학생·학부모의 반발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간 20조원이 넘는 초·중등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도 추진된다. 새누리당은 내년부터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선행학습금지법)을 제정해 각종 학교 내신과 고교·대학 입시에서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넘어서는 출제를 금지하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학원 교습시간의 총량을 규제하거나 선행학습 범위를 정해 학원들로부터 선행 정도 및 내용에 관해 미리 등록·심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박 당선인은 중학교 과정에서 한 학기를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자유학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는 평가 대상과 과목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자유학기제는 ‘국민역량자격체계’ 구축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 임기 내에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역량자격체계는 학생들이 보유한 학력·특기적성 각 분야의 달성 정도를 표준화해 이를 초중등 교육 이후 진로와 연계하겠다는 내용이다.
박 당선인의 교육공약을 입안한 곽병선 행복교육추진단장은 “유럽을 비롯해 많은 선진국에서 분야, 능력에 따른 진로진학 체계를 구축, 시행하고 있다”며 “입시교육, 학벌사회 등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여러 고질병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 기간망을 깔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오른쪽)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북동 전교조 서울지부를 방문해 조남규 지부장 등 지도부와 교육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차기 정부의 교육 복지 예산은 크게 늘어난다. 박 당선인은 2014년부터 고교 무상교육 수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7년 완전 무상교육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이 경우 2004년 김대중 정부 때 중학교 의무교육이 완성된 이래 공교육 역사상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142만명 정도인 고교생은 2017년 173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드는 돈은 연간 2조6000억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반값 등록금’을 비롯해 대학 정책은 벌써부터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 당선인은 소득 수준에 따라 지급하는 국가장학금을 더욱 확대해 2014년부터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장학금을 1∼2분위는 100%, 3∼4분위 75%, 5∼7분위 50%, 8분위 25%를 지급하고 9∼10분위에도 취업 후 상환하는 든든학자금 대출을 받을 자격을 주기로 했다.
행복교육추진위원인 김재춘 영남대 교수는 “내년에 확보된 국가장학금 예산은 2조8750억원으로, 2014년에는 1조1250억원 정도만 추가로 확보하면 된다”며 “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확충 등 대학이 부담하는 매칭펀드는 올해와 같은 7500억원 규모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고등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7%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12조∼13조원)로 확대하기로 했다.
사학재단의 비리와 경영부실을 막기 위한 견제 장치는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 당선인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경우 현재 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위원회를 둘러싼 갈등은 운영상의 문제이지, 제도의 문제는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박거용 상명대 교수는 “국가장학금으로 등록금을 내리겠다는 공약은 대학에 대한 견제효과가 전혀 없는 것”이라며 “취업률 위주로 이루어지는 현행 대학평가도 대학의 교육이나 연구의 질 위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