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 쓰면 정부지원 나쁜선례 남겨
정치권 국민 얘기 제대로 들어야”
국토부 “국가 재정 부담 가중” “국민이 하지 말라고 하면 듣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여야가 31일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택시법)을 통과시키자 시민들의 비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부도 택시를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면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법안 통과로 새해부터 택시업계에는 연간 1조9000억원, 버스업계에는 2600억원 규모의 나랏돈이 투입될 전망이다.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표심 잡기에 급급한 나머지 무책임한 공약을 내놨다가 국민복지에 쓰여야 할 예산이 특정 업계에 흘러가게 된 꼴이다. 때마다 국민을 볼모로 목소리를 높이는 이익단체들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는 지적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국토해양부는 이날 “그간 택시의 대중교통수단 인정은 대중교통정책의 혼란을 야기하고 국가와 지자체에 과도한 재정부담을 초래하기 때문에 적극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며 “지난 11월22일 국회 제안대로 ‘택시종합대책(안)’을 만들고, 특별법까지 제안했는데 안타깝다”고 밝혔다.
서울역에서 만난 신모(48)씨는 “정치권에는 국민의 화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선거가 끝났으면 정신을 좀 차려야 할 것 아니냐”고 맹비난했다. 주부 김모(35)씨는 “2조원대면 내년도 5세 이하 무상보육과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추가 투입되는 예산과 맞먹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 공무원 A(42)씨는 “택시 승차거부 불만이 워낙 심각해 집중단속을 벌인 지 한 달도 안 됐다”면서 “떼를 쓰면 곳간을 털어 지원해주는 매우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씁쓸해했다.
온라인에서의 반응은 더 격했다. 포털 아이디 ‘choi***’는 “왜? 영세 자영업자들한테도 공무원 시켜준다고 하지”라고 비꼬았다. ‘rmsi***’는 “‘도로 위의 깡패들’ 정신상태 고치는 법안부터 발의하라”고 정치권과 택시업계를 싸잡아 힐난했다. 전문가들은 수요·공급 조절 등 ‘정공법’이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상민 한국교통연구원 실장은 “택시 감차, 면허 양수·양도 금지 등 택시 구조조정이 문제 해결의 본질”이라며 “재정 지원을 하기로 한 만큼 정부는 면밀한 종합대책을 세워 수급 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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